어린이 프로그램 작가로 생활한 것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요즘 나를 되돌아본다.지금까지의 내 발자국을 되돌아보면 앞으로의 내가 어떤 발자국을 찍어 가야 할지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해서이다.나의 글투에는 특징이 있다. 어떤 어려움도 없다는 것이다. 하늘에 떠 있는 동그란게뭔지, 나를 따라 다니는 시커먼 것이 뭔지 등등 어른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조차도 모르는 어린이의 상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간혹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에는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전혀 어렵지 않은 단어들조차도 잊은 지 오래 된, 아니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하는 작가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왜 해요? 어른 프로그램 해서 명성도 쌓고 돈도 벌어야지요?”
어린이가 좋다. 어린이들이 말하는 단순 명료함, 멍청한 듯 하지만 가끔가다 빛나는언어의 쾌감,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엉뚱한 생각, 생각지도 않은 거침없는 행동.
그것들이 좋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평가받는 건 끔찍하게싫어하지만, 어린이들에게 평가받는 것은 한마디로 신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겐 아이가 없다. 어른들과 선배님들은 애를 그렇게 좋아하면서왜 애를 안 만드느냐고 따지듯 묻지만 나의 반쪽인 남편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내가 앤데 무슨애를 또 만들 필요가 있는냐” 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과 투자가 필요한 지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아이의 늘어나는 키와 몸무게 만큼 ‘사랑쏟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성을 내 아이만이 아닌 온 아이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아직은 그렇다.
나의 생각과 글을 통해 아이들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한다. 또 하나는 우리 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좀 더 발전하고 어린이에게 투자를 ‘팍팍’ 하는 것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좋은 어린이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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