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한 추진 지시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시하면서 일본측의 의도에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현 상황에서 양국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도,정서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실논리에서 보자면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를 꼬이게 만든 당사자인 일본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이후 정부는 “역사교과서 왜곡이 시정될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13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직후 “매우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두가지 갈등 요소가 발생한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의 대응과 유감표명에 대한 일본측의 호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왜곡 교과서가 일 문부성의 인증을 받았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한치의 차이도 없다는 게 당국의 인식이다.
당국자들은 왜곡된 역사인식을 시정하고, 침략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부당성을 인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노력이없는 한 우리 정부로서도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당국자들은 또 한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한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양국정부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일본측이 언론에 정상회담 추진을 슬쩍흘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일본측이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조차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당국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지시를 침략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는 안팎의 거센 요구를 회피하려는편법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한 일본의 생색내기용 제스처이자 일본 국내 여론 무마용이라고 단정했다.
설사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고이즈미총리는 수많은 전임 총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침략역사를 애매하게 인정하는 수사(修辭)로 국면을 모면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대응해 정부는 한일관계의 미래와 직결된 역사문제를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다.
시간에 쫓기듯 한일관계를 서둘러 봉합하는 모양새는절대로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건설적인 양자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한일 정상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침략사에 대한일본의 건전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의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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