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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이 화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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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이 화근 아닌가

입력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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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매각이 또 난관에 봉착했다.현대투신 등 현대그룹 금융계열 3사를 매입키로 한 AIG컨소시엄이 현대증권 우선주 발행 가격이 너무 높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협상타결발표 하루 만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녕 이해하기 힘든 쪽은 국민들이다. 도대체 협상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AIG의 행동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문이 적지 않다. AIG는 현대증권 결정이 AIG의 투자계획을 방해한다고 했다.

또 가격문제 등이 신속히 조정되지 않는 한 거래가 완결되기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체결한 협상결과가 무효화 할 수도 있다는 무척 강경한 표현이다.

현대증권 우선주 발행가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협상테이블에서 제기하거나, 백번을 양보해 나중에 알았더라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직접 전달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그러나 AIG는 협상 다음날 국내홍보 대행사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이례적이다.

AIG의 이러한 태도는 헐값 매각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 본계약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정부의 분석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정부는 현대증권 우선주발행가는 현행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AIG가 왜 금방탄로 날 전략을 사용했는가를 생각하면 우리측에도 무엇인가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이 같은 사태를 정부가 스스로 초래하지 않았느냐는것이다.

이번 현대투신 매각에서 전례가 없는‘의결권 있는 누적적 비참가적우선주’ 등AIG에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이 같은 일을 당한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서둘렀기 때문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IMF 졸업’에 맞추기 위해 AIG와 충분한 협의없이 협상타결을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협상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오만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AIG의 태도가 우리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왜소하게만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앞으로 협상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현대투신 매각은 불가피하다. 또 매각은 끌면 끌수록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 그 동안의 경험이다.

그러나 뭔가 보여주기 위해 시한을 정해놓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입장을 약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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