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을 둘러싼 재정경제부ㆍ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투신권의 갈등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서울보증이 1998년 부실기업의 회사채 보증을 섰다가 물어줘야 할7조3,000억원을 놓고 정반대 논리로 대립중인 공자위ㆍ재경부(투신권 손실분담)와 투신권(원리금 전액 지급) 모두‘법대로…’ 해결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투신권은 “정부가 서울보증 보증채에 대해 탕감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금융시장 질서를 붕괴시키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98%의 지분을 소유, 정부기관이나 다름없는 서울보증이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고 손실분담을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투신권은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해 서울보증에 대한 압류까지 공언한 상태다.
공자위와 재경부도‘법대로…’ 논리로 맞서고 있다. 공자위는“7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투입됐는데 투신권에 27%에 달하는 투자수익까지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자위 고위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눈먼 돈처럼 여기는 투신권에게 시장의 규율을 가르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대로’ 서울보증보험을 청산시킬 수도 있다”고 초강경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보증 문제는‘법대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그 후유증 또한 감당하기 쉽지않다.투신권이 이기면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 밖에 없고,거꾸로 공자위나 재경부 주장대로라면 공적자금은 줄어들지만 서울보증은 문을 닫아야 한다. 요컨대 누가 승자가 돼도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지금은 피차 ‘법대로…’ 논리를 펴기보다는 경제의 큰 판이 깨지지 않게 타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철환ㆍ경제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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