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센스’는 배우의 비중이 유달리 큰 작품이었다.거창한 무대장치나 수십 명의 배우,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대신 다섯배우만으로 두 시간 동안 관객을 숨돌릴 틈 없이 사로잡는다.
그런 점에서 2001년판 ‘넌센스’는배우들의 면면이 좋다. ‘다시 모이긴 어렵습니다’라는 선전문구 그대로박정자 양희경 윤석화 강애심 김미혜 등 만만찮은 기량을 뽐내는 배우들이 총집합 했다. 이들의 불꽃 튀는 개인기 대결이볼 만하다.
근엄한 원장 수녀(박정자)가 구사하는 능숙한 평안도 사투리는 이 작품이 ‘코믹물’임을숨기지 않고 공연 10년째를 맞아 서서히 한국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십자가에 머리를 맞아 기억을 잃은 엠네지아수녀(강애심)는 어눌한 말투에 포복절도 할 위트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발레를 전공한 김미혜(레오 수녀 역)의 사뿐한 몸동작도 쏠쏠한 볼거리이다.
마리아 수녀(윤석화)는 ‘트렌디한’ 유머까지 선보인다. 수녀복의 두건을 배배 꼬아 TV 사극 ‘여인천하’의등장인물 흉내를 내며 ‘메이야?’라는 애드립을 구사하는가 하면 수녀복에 반짝이 전구를달아 ‘쇼걸’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제 ‘수녀’라는신분은 파격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일뿐이다.
수녀들은 때로 객석에 내려가 협찬품을 나눠주는 퀴즈를 내며 레크리에이션 지도자처럼관객을 쥐락펴락한다.
가끔씩 수녀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진지해지거나 믿음을 갈구하는 장면이 오히려 어색해 보일 정도이다.
본격적인 소극(笑劇)으로정착한 ‘넌센스’는 그야말로 두 시간 내내 아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뮤지컬이다. 9월26일까지 호암아트홀.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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