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ㆍ현대투신을인수하기로한 AIG컨소시엄이 24일 현대증권 우선주 발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현대그룹 금융계열 3사 매각협상이 난항에빠졌다.정부와 AIG가 23일 체결한 양해각서(MOU) 내용에 가격 등 인수조건에 대한 항목은 없기 때문에 MOU 발효는 아직 유효하지만, 인수조건에대한 합의가 10월말로 예정된 본계약의 선행조건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본계약 체결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AIG의 의도는
AIG는 이날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 현대증권 이사회가 결정한 우선주 발행가(주당 8,940원)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밝혔다.
AIG는 “현대증권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고(unacceptable),이는 AIG의 투자계획을 방해할 것(impede)”이라며 “가격문제 등이 신속히 조정되지 않는 한 거래가 완결되기 힘들 것”이라고못박았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AIG측이 본계약 협상과정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협상전략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AIG는 수많은 세계 금융기관을 인수하면서 협상 노하우가 많은데다, 유대인 특유의 기질이 몸에 배인 조직”이라며“AIG도 추가 할인은 금융감독원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이에 따라 MOU체결과정에서 서울보증채와 리스채 등 현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정부가 매입하기로 한 것과유사한 방식으로 부실채권에 대한 추가 매입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경우 정부의 투입자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협상에 미칠 파장은
금감위는AIG측의 추가할인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현행 유가증권 발행규정상 우선주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준가(최근 한달간 가중평균 주가)에서 최대 10% 할인(주당 8,940원) 발행만가능하다.
따라서 AIG측이 추가할인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본계약 협상은 난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MOU상 현대증권 지분 인수조건에 대한합의는 본계약 체결의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IG의의도가 본계약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 추가 양보를 얻어내자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유지창(柳志昌) 금감위부위원장도 “현대증권 신주 인수가격과 MOU와는 별개 사안”이라며 AIG측과의 협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금융계 일각에서는금감위가 신주 인수가에 대해 AIG측과 충분한 합의없이 서둘러 MOU 타결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현대증권 가격협상은 현대-AIG 테이블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AIG 테이블에서 주도됐고, 당초7,000원안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23일 오전에 현대증권이 이사회를 개최, 인수가를 결정했는데금감위가 오후1시에 서둘러 MOU 타결을 공식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시간상 양측이 합의하기에 힘들었을 것”이라고말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협상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유지창 부위원장은“신주 인수가 결정에 대해 현대와 AIG측 변호인단이 충분히 검토했다”며“양쪽간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뒤 MOU가 체결됐다”고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현대증권 우선주 AIG에 특혜논란
AIG측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받게 될 우선주 성격을 놓고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AIG가 받을 우선주는 엄격히 말해 '의결권이 있는 누적적·비참가적 우선주' 5년 후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다.국내상장사가 이처럼 복잡한 우선주를 발행한 사례는 없다.
이 주식의 최대 장점은 우선주 고유의 혜택(배당 및 청산시 우선 배분권 부여)에다 의결권이 주어지고,누적적으로 배당도 받을 수 있다는 점.'누적적'이란 것은 해당 연도의 배당이 사전에 확정된 배당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음 연도에 전년도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혜 시비가 이는 것도 이처럼 통상 의결권이 배제되는 우선주에다 상법상 가능한 모든 추가적인 장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AIG가 받는 우선주는 '비참가적'이기 때문에 잔여이익이 있어도 추가 배당을 받을 수는 없다.예를 들어 회사가 우선주에 대해 5%배당을 먼저하고,나머지 주주들에게 10%배당을 했을 경우 '참가적'우선주라면 차액 5%를 받을 수 잇지만 AIG의 경우 불가능하다.
증권업계는 5년동안 안정적 수익(누적적 확정 배당)에다 의결권까지 확보해놓고,5년 후 회사 이익이 증가할 경우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게 AIG측 계산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위는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금감위 관계자는 "AIG는 액면기준 5%의 확정배당을 받은 다음 추가적 배당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통주 배당률이 5%를 초과할 경우 오히려 불리한 셈"이라며 "현대증권은 1999년 7%,2000년 9% 배당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올해 3,000억원 적자로 배당이 전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7%,9%배당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투신에 公자금 5천억 투입"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AIG컨소시엄이 인수하는 현대투신에 공적자금을 5,000억원 정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부총리는 이날 KBS 라디오 `박찬숙입니다'에 출연해 현대투신에 AIG가 1조1,000억원, 우리 정부는 9,000억원을 넣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확인하고 "이 가운데 공적자금은 5,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부총리가 말한 5,000억원은 연말까지 집행 예정인 23조원의 공적자금안에 포함되지 않은 돈이어서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집행일정에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대투신에 들어갈 공적자금은 지금까지 일정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진 부총리는 또 "하이닉스반도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직접 간여하지 않겠다"며 "하이닉스를 청산 또는 법정관리로 갈지, 아니면 내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좋아진다고 보고 지원할지는 채권은행단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은행 매각은 9월말까지 마무리짓도록 하겠다"며 "무조건 기다릴수 없기 때문에 9월 중순에 협상 진행상황을 검검해 대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진 부총리는 "올해 외환보유보가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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