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서울보증보험을 청산시키는 ‘초강수(超强手)’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국민 혈세(공적자금)’로 연27~28%에 달하는 투신권의 고금리 투자수익까지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7월말 현재 서울보증이 투신권에 지급해야 할 회사채 원리금은 총 7조5,000억원. 모두 1997년과 1998년 대우 계열사와 삼성자동차, 워크아웃 기업들의 회사채에 보증 섰던 것들이다.
그러나 서울보증은 지급여력을 상실, 이제는 공자위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주어야만 원리금 지급이 가능하다.
공자위는 서울보증이 투신권에 내줘야 하는 7조5,000억원 중 공적자금 5조원과 서울보증 자구액을 포함, 6조2,000억원 가량만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차 보증채(6,000억원)를 포함한 나머지 1조3,000억원 중 상당 부분은 투신권에 손실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97~98년 당시 대우채 등을 국채수익률(연15%)의 두 배인 27~28%로 인수했던 만큼 투신권도 마땅히 손실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투신권은 서울보증이 법적의무인 7조5,000억원을 모두 상환해야 하며,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서울보증에 대해 소송을 제기키로 하는 등 공자위와 재경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 승(朴 昇) 공자위원장은 “서울보증이 존속하는 한 투신권 요구대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하지만, 청산시키면 자연스럽게 투신권도 손실부담을 하게 되는 셈”이라며 청산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보증이 청산될 경우 지난 5월 투입이 결정된 5조원의 공적자금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청산이 가능할까 공자위의 단호한 입장에도 불구, 공자위의 ‘청산 검토’가 투신권을 윽박지르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자위는 5월16일 7차회의에서 “서울보증이 파산하면1,623만건 74조원에 이르는 기존 보증계약이 무효화하고, 중소기업과 개인의 자금압박 및 경제질서 혼란이 예상된다”며 회생결정을 내렸었다.
공자위는 그러나 “사정이 바뀌었다”며 청산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재경부 관계자는 “소액보증은 계약이전도 가능하다”며 모종의 준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투신권에 빚을 갚지 않기 위한 ‘고의 부도’라는 비판과 1,200명에 달하는 서울보증보험 직원들의 반발 등 때문에도 청산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분석도 많다.
한 전문가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더라도 투신권의 손실분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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