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철권통치로 악명높던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58) 앙골라 대통령과 프레데릭 칠루바(58) 잠비아 대통령이 23일 나란히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전과 부패로 얼룩진 이들 국가의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두 정상의 약속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탄압을 받아온야당측은 여전히 발언의 진의를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다.산토스는이날 집권 좌익 앙골라인민해방운동(MPLA) 의원들에게 “2002년 혹은 2003년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되 후보로는 나서지 않겠다” 고 밝혔다.
약속이 지켜진다면 앙골라 최초이자 마지막 다당제 선거였던 92년 선거에서 승리한 후 약 10년만에, 79년 사망한 전임 아고스티노 네토 대통령에 이어 정권을 장악한지 22년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야당인 우익 앙골라완전독립동맹(UNITA)은 산토스가 석유ㆍ다이아몬드 산업에서 엄청난 치부를 한혐의로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얄팍한 술책을 냈다”고 주장했다.
구 소련에 유학한 석유공학도 출신의 산토스는 MPLA가 포르투갈의 식민통치에 맞서 무장봉기를 시작할 당시인 62년 19세부터게릴라 활동에 투신했다.
3선금지 헌법을 무시하면서까지 10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재집권하려했던 칠루바도 결국 국내외 여론의 압력에 굴복, 출마를 단념했다. 칠루바는 집권당인 복수정당제민주주의운동(MMD) 집행위원회를 통해 법조인 출신인 레비 음와나와사(53) 전 부통령을 후보로 지명했다.
영국에서 독립한 뒤1991년 11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최초로 실시된 다당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칠루바 대통령은 1996년 재선했었다. 농장ㆍ구리채굴 노동자 출신으로 잠비아 최대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81년 일당통치에 반대, 정치범으로 복역하기도 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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