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ㆍ23일)가 지나면서 백화점들이 일제히 가을 단장에 나섰다. 무더위 속에서도 이 달 초부터 가을 옷으로갈아입은 백화점 의류 매장은 가을의 시작인 9월을 앞두고 풍성한 가을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올 가을 패션의 화두는 블랙.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검은 색으로만 구성된 복장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패션 관계자들의 말이다.
신세계백화점 황철구 여성의류 매입팀장은 “검정색을 기본으로, 빨강 녹색 오렌지 등 강렬한 색이 포인트로 사용될 것”이라고말했다.
여기에다 복고풍이 더 추가되는 것이 가을 여성복 패션의 특징.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바이어 김종인씨는 “경기 위축을 반영해 유행색이 검정이됐듯 여름에 잠시 짧아졌던 치마는 다시 길어졌다”고 말했다. 무릎을 덮는 미디 길이가 대부분이며 일자형인 H라인보다 허리가 들어간 A라인 치마가대종을 이루고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은 1950~60년대 흑백영화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의 정장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스타일은 60년대 패션리더였던 미국 퍼스트레이디 재키 케네디를 연상케하는 ‘재키 스타일’. 둥근 목선, 잘록한 허리, 큰 단추 등이 특징인 극히여성스러운 복장이다.
둥근 목선의 데코 실크 블라우스가 24만5,000원, 허리에 리본이 달린 모리스커밍홈 원피스가 25만8,000원 선.
이와는 대조적으로 어깨가 각진 남성적인 매력의 밀리터리룩도 공존하고 있다. 아나카프리의 군복 스타일 셔츠가 19만7,000원, 치마가 18만5,000원, YK038의 갈색 원피스는 32만9,000원 선.
가죽과 대님을 정장에 사용한 경우도 눈에 띈다. 타임은 양가죽을 얇게 가공한 플레어스커트(72만원선)를 선보였으며 밀라노스토리는 캐주얼에나 쓰이는 대님을 이용, 원피스 정장 및 9부 바지를 내놓았다.
신세계백화점은 남자 양복풍 수트를 주로 해 여성스러운 실크 블라우스와 프릴이 많이 달린 공주풍 상의를 동시에 선보였다.
남자양복 같은 느낌의 G보티첼리 정장은 61만원 선. 얌전한 느낌의 크림 재킷이 25만원, 치마는 15만원 선.
공주풍 의상인 오브제 원피스는30만원 선이다. 간절기인 8~9월에 입기 좋은 니트의류도 많이 출시됐다. 타임 캐시미어 트윈니트는 62만원 선. 통넓은 바지인 베네통 큐롯은10만원 선이다.
여성복이 차분해진 반면 남성복은 색상도 화려해지고 날씬해졌다. 검정, 회색, 감색 일색이던 남성복에 벽돌색, 겨자색,녹색이 등장했다.
주5일제 근무 영향으로 캐주얼한 정장인 캐릭터 정장이 강세를 보여 날씬한 스타일에 재킷 단추가 많아지고 있다. 갤럭시 35만~110만원,로가디스 57만~75만원, 마에스트로 58만~93만원 선이다.
옷차림을 완성해주는 구두와 스카프도 패션리더들의 관심을 끈다. 복고풍 의상에 맞춰 앞이 좁고 뾰족한 스타일에 굽도 가늘어졌다.
세라 16만8,000원, 엘리자벳 16만5,000원 선. 올 초부터 인기를 끈 밑바닥이 두꺼운 고무창으로 된 운동화 스니커즈는 가을에도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15만7,000~19만8,000원 선. 지난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파시미나 열기는 한 풀 꺾이고 올해는 영국풍체크무늬 스카프가 그 자리를 이을 전망이다.
정사각형보다는 롱스카프가 유행 아이템이다. 사각스카프 5만7,000~5만9,000원, 롱스카프 6만5,000~15만원선.
이 같은 패션추세에 따라 각 백화점들은가을 맞이 매장 리뉴얼을 마쳤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아동복 오일릴리, 남성복 어바우트를, 무역센터점은 여성복 DKNY, 캐주얼 폴로진을, 천호점은 여성복 레주메 등을 신규입점시켰다.
갤러리아 패션관은 신사복 소니아 리키엘 옴므, 폴 스미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빈폴 옴므 등을, 수입구두쟈넷앤쟈넷, 비아스피가 등 23개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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