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4위와 8위까지의 게임차가 1경기에 불과하다. 바둑으로 치면 막판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반집 승부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사활을 걸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5개구단 감독은 각기 다른 성격처럼 고민도 서로 다르다.‘자율야구’의 이광환감독(한화)은 자율을 팽개친지 오래다. 꼴찌 예상을 뒤엎고 선전, 팀이 중위권을 오르내리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자율야구를 부르짖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이기는 경기에는 투수들을 대거투입, 포스트시즌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문제는 마무리. 조규수 송진우 워렌 등을 소방수로기용했지만 실패. 타선을 앞세워 리드하다가 막판에 놓친 경기가 한둘이 아니다. 이광환 감독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열혈남아’ 김성한감독(기아)은 기대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초보감독치곤 경기운영 능력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의 소유자이지만 요즘같으면 차리라 선수로 뛰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럭저럭 꾸려온 투수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믿을 선수는 에이스 최상덕뿐이다. 남들은 2,3개의 카드가 있는데 오직 에이스 한장 붙들고 투전판에 뛰어든 꼴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만만디’ 강병철감독(SK)은 표정변화가 없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중하위 5개팀중 제일 탄탄한 선발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약체타선때문에 속을 썩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2차례 우승의 관록을 앞세워 버티고 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4강 길이 험난하다. 타선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에레라와 브리또가 불의의 부상만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격대로 천운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생각이다.
‘뚝심야구’의 우용득감독대행(롯데)은 투타의 언밸런스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선이 침묵하고 타선이 터지면 투수가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호세이외에 확실한 믿음을 주는 타자가 없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팀타율은 1위지만 어디까지나 산술적으로 그렇다. 안타가 산발되는 것도 집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가장 기복이 심한 게 타격이지만 제아무리 뚝심 좋은 감독이라도 골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다.
’관리야구’의 기수 김성근감독대행(LG)은 선수들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게 불만이다. 야구는선수들이 하는 게임이고 선수들을 만드는 것은 감독의 몫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지만 상황이 이쯤 되면 감독야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상하위 타선의굴곡이 심하고 선발투수진은 무너진지 오래다. 매경기 4~5명의 투수들을 투입하는 소모전이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라곤 시즌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은 신윤호뿐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표정변화가 없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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