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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조선 실학자의 '北京문화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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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조선 실학자의 '北京문화 답사기'

입력
200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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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관짐긴 문을 한 손으로 밀치도다조선시대 선비들은 중국에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홍대용(1731~1783)도 그러했다.

나이 서른 다섯이던 1765년 겨울, 마침내 꿈을 이룬다. 중국행 사신 일행에 포함된 작은아버지의 개인비서자격으로 따라가게 된 것이다. 압록강을 건너며 그는 기쁨에 넘쳐 시를 읊는다.

“…간밤에 꿈을 꾸니 요동 들판을 날아 건너/산해관 잠긴 문을 한 손으로 밀치도다…”

산해관은 만리장성의 동쪽 끝, 북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얼른 가보고 싶은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해관 잠긴 문을 한 손으로 밀치도다’는홍대용의 북경 여행기 ‘을병연행록’을 알기 쉽게 현대어로 옮긴 것이다. ‘을병연행록’은1765년(을유년) 겨울부터 이듬해(병술년) 늦봄까지 왕복 6개월의 여정을 기록한 일기로, 한글로 쓰여진 최초의 장편 기행문이자 여행문학의 걸작이다.

홍대용은 중국 문화와 풍속을 세심하게 관찰해 기록하고 조선과 중국의 문물을 비교해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북경에 머문 석달간 그는 문화충격을 경험한다. 온갖 물품이 넘쳐나는 저잣거리의활기와 화려한 건축물을 보면서, 그는 조선의 초라함을 한탄한다.

천주당을 방문해 서양 신부에게 서양 문물에 관해 묻고, 처음 보는 파이프오르간을신기하게 구경하기도 한다. 엄성, 육비, 반정균이라는 중국 세 선비를 사귄 것도 북경에서다.

홍대용이 그들과 나눈 필담은 이 책의 절반 분량을차지하고 있는데, 개인적 이야기부터 주자학, 양명학, 시와 그림, 역사에 이르기까지 깊은 대화와 토론이 오가고 있어 당시 양국 지식인의 사상적교류가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김태준ㆍ박성순 옮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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