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ㆍ58)교수를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ㆍ78)씨의 주장대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하광호ㆍ河光鎬부장판사)는 23일 독일 뮌스터대에 재직 중인 송 교수가 “황씨의 허위 주장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황씨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원고패소 판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는 송 교수가김철수란 가명으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사실 내지는 적어도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현재의 남북관계의특수성으로 인해 입증이 곤란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황씨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황씨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황씨의주장은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작성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또 황씨가 북한 대남담당 비서인 김용순에게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말을 전해 들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1997년 귀순한 황씨가 안기부 산하 통일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자에서 자신의 신분을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소개하자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98년10월 소송을 냈다.
송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보자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으로 유명한 독일 거주 철학자로, 91년 이후 7차례에 걸쳐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고 방북했다.
한편 독일에서 판결 결과를 전해들은 송 교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황씨의 주장은 증거와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됐다"며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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