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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빼는 '현투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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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빼는 '현투 매각'

입력
200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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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요? 글쎄요,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단 말 밖엔 할말이 없네요.” “오늘 타결되긴 힘들어 보이지만 부총리가 ‘이르면 오늘 발표’라 얘기했는데 어떻게든 맞추도록 (노력)해봐야죠.”21일 금융감독위원회는 하루종일 현대투신 매각 협상을 두고 쇄도하는 문의전화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진념(陳 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아침 “현투 매각을 빠르면 오늘 중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열흘 안 타결’ ‘일주일내 타결’ ‘주말 타결’ 등 현투 매각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들의 릴레이식 발언이 가뜩이나 여론의 화살을 받고 있는 마당에 부총리의 발언이 다시 ‘공수표’가 될까봐 금감위는 뒷수습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AIG 본사가 있는 뉴욕이 한밤 중인 이곳 낮시간에도 금감위 간부들은 AIG의 회신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수차례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 당일 타결 가능성이 적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총리 발언을 즉각 부인하기가 난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현대투신 발표설이 나온 21일은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로 1999년 1ㆍ4분기 이후최저라는 우울한 뉴스가 발표된 날. 또 23일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빚을 다 갚고 졸업하는 날이다. 그래서 “어두운 경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무리하게 현투 타결설을 흘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8월 내내 거듭된 타결 임박설에 지친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부총리의발언은 시장도 못 띄우고 정부 신뢰도 떨어뜨린 셈이다. 현투 협상이 최종 타결돼도 이미 김빠진 시장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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