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광인 레니 할린은 이제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터줏대감이 됐다. ‘클리프행어’에서 험준한 산악 지대, ‘다이 하드 2’에서 항공기, ‘딥블루 씨’에서는 팔을 서걱서걱 배어 먹는 식인 상어를 보여 준 그는 극한의 현장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이 감독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듯하다.이번에는 속도전. 시속 400㎞에 도전했다. 이 정도의 시속은 길가에 세워둔 유리 광고판이 부서져 나가고, 도로의 맨 홀 뚜껑이 열리는 수준.당연히 관객은 엑셀레이터를 살짝 밟아도 성난 치타처럼 쌩 하고 달려 나갈 것 같은 잘 빠진 스포츠카에 앉은 기분. 영화 ‘드리븐(Driven)’이제공하는 즐거움은 엄청난 속도와 위험천만의 스릴이 주는 마조히즘적 즐거움이다.
카레이싱의 매력에빠졌다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기획, 시나리오를 쓴 ‘드리븐’은 카 레이서의 세계 속에 삼각관계라는 전형적인 멜로 코드를 녹여 넣었다.
세계적인 레이싱대회인C.A.R.T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유망 신인 지미(킵 파듀)는 전년 챔피온인 보(틸 슈바이거)와 간발의 차이로 패배를 한다.
팀 코치인 칼(버트레이놀즈)는 정신력이 나약한 지미를 위해 왕년의 스타 조(실베스터 스텔론)을 초빙한다.
인생의 모든 것을 우승에 두는 보에게 실망한 소피아(에스텔라워렌)을좋아하는 지미. 표면적으로 스텔라를 사이에 둔 지미와 보의 갈등이 주를 이루지만 진정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두려움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교훈’을 던진다.
레이스 도중 폭발하는자동차를 360도 각도로 잡아내는 카메라나 마치 스포츠 카의 바퀴에 매달려 트랙을 도는 듯 실감나는 현장이 ‘레니 할린표’ 영화임을 입증한다.
오락실의 카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영화. 그러나 레이스 도중 사고를 당한 동료를 위해 경주를 포기하는 두 선수의 ‘영웅’적모습, 상투적이고 엉성한 멜로적 구성이 새로운 것이라고는 없는 그저 그런 할리우드 영화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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