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정부는 2003년까지 주택보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소형아파트 중심의 국민임대주택 2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한다.전세값이 턱없이 오르고있는 지금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매우 반길만한 일이겠지만 소방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그만큼 걱정거리도 늘어난다.
사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단독주택에 비해 편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핵가족화가 속도를 더하고 있는데다 맞벌이 부부가 점차늘어나면서 아파트에 대한 선호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소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이점 못지않게 위험 부담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좁은 부지에 많은 인구가 몰려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화재나 가스폭발 등 재난에 몹시 취약할 뿐 아니라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주거 형태를 보면 공동주택이 단독주택을 앞지르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전주지역도 고층아파트 일색인 서신동, 평화동처럼 신흥개발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도심도 마찬가지로 재개발과 재건축 및 주택조합에 의한 고층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있다. 여기에 주상복합건물,오피스텔 등까지 가세하고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미 빽빽이 들어서 있는 11층 이상의 고층아파트 대부분은 소방차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층인데다 소방공간이 지역주민의 주차장으로 활용되면서 접근로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 지역은 진입로가 좁은데다 승용차들이 골목길 및 아파트의 차량이동 공간을 막고있어 화재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요즘 짓는 아파트는 지하 공간에 주차장을 마련, 지상으로 소방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경우가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결국 당국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과 건설업자들이 주거의 편리성만 강조한 나머지 우리의 아파트가 화재 등 재난 대비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층아파트가 늘어나는 통에 고가 사다리차 등 적절한 화재진압, 인명구조 장비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소형아파트의 대량 건설도 좋지만 이에 앞서 화재 등 재난을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대비를 해놓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이우성ㆍ 전북 완산소방서 소방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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