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외환위기이후 230억 달러 들여와 256억 달러 빼가…”, “펀드성 외자 후유증우려…” 등 최근 외국인 투자관련 국내 언론보도를 볼 때면 문득 케인즈의 경구를 떠올리게 된다.케인즈는 사람들이 선입관에 사로잡혀 무의식 중에 저지르는 잘못을 그의 저서 ‘고용, 이자율 및 통화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 중 하나는 타인으로부터 지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죽은 경제학자의 이념적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1998~2000년 투자액을 상회하는 투자소득을 빼돌렸다는 언론보도는 언뜻 보기엔 국부유출을 우려할 만한 기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실을 덮어서까지 사실을 왜곡 보도해선 안 된다.
우선 외국인이 얻은 투자소득 256억 달러엔 98년 이전에 투자된 소득도 포함돼 있다는 부분이 기사엔 빠져있다. 또 256억 달러에는 차입대출 등 기타투자로 인한 소득지급144억 달러와 증권투자에 따른 소득지급 88억 달러를 빼고 나면 외국인 직접투자에 의한 소득지급은 25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외국인 직접투자액 235억 달러의 10.5%에 불과한 것으로 세계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특히 외국자금의 유입으로 인한 고용창출, 세수증가, 경기진작,구조조정 촉진, 기술이전 등의 긍정적 파생효과는 언급조차 없다.
그 뿐이 아니다. ‘펀드성 외자의 후유증’이란 기사에는 외국인들의 증권투자와 직접 투자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단지 인수합병(M&A)형의 직접투자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우리 언론의 ‘외국인 혐오증’이라는 선입관을 무의식 중에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도외시한 채 외국인투자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사실은 왜곡 또는 과장하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작 문제가 될 단기자본의 급격한 유출ㆍ입에 따른 경제교란, 증권투자자본 유입에 따른 환율절상과 이에 따른수출경쟁력 저하 등에 대해선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외국인 투자 유형 중 공장 설립형 투자가 인수합병보다 낫다는 주장도 설득력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엔(UN)의 ‘국제투자보고서 2000’에 따르면, 외국자본이 투자 유치국에 미치는 효과는 투자유형과 무관하게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인수합병의 경우에도 공장설립형 투자와 같이 설비확장 및 설비현대화를 위한 추가투자가 이뤄지고, 경영합리화를 위한 기술이전 효과 역시 발생한다. 또 후속투자가 이뤄질 경우엔 인수합병도 당연히 고용창출 효과를 갖는다. 더구나 외환위기와 같은 돌발상황에서는 신속한 외자유입 효과를 갖는 인수합병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과 이에 근거한 편향 왜곡ㆍ과장보도는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외국인투자는 국가에 득이 된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며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김완순(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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