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에는좀 이른 나이이다. 배달음식봉지를 자전거에 싣고 홍콩의 서민지역 몽콕의 뒷골목을 누비는 리틀 청(유 유에밍)은 특별한 꼬마이다.‘돈’이 세상에서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걸 벌써 간파해버렸으니 말이다. “아빠가 식당을 하는 것도, 보모가 필리핀을 떠나온 것도, 엄마가 마작을 하는 것도 모두‘돈’ 때문이다.”
‘리틀 청’(1999년)은 ‘메이드인 홍콩’(1997년) ‘그 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1998년)에 이은 프루트 챈 감독의 홍콩반환 3부작의 종점이다.
1억원도 들지 않은저예산영화 ‘메이드 인 홍콩’에서 현란한 스타일로 홍콩의 절망을 묘사했던 프루트 챈이 꼬마의 눈으로 보다 차분하게 홍콩 사람들의 일상과 심리를응시했다.
중국 반환을 앞둔 1997년의 홍콩. 한물간 경극배우 브라더 청을 좋아하는 할머니, 일 밖에 모르는 권위적인 아버지, 리틀 청이 오줌을 섞은 레몬주스에 중독돼 가는 깡패 두목, 창녀, 그리고 홍콩 주민이 되고 싶은 불법체류자들이 뒤섞여 살아간다.
사회주의로의 편입에 대한 홍콩인들의막연한 불안감을 엿보았을까. 유난히 돈에 집착한다. 리틀 청은 공부보다 배달 심부름으로 팁을 벌어들이는 사업이 우선이다.
여자친구 팡(막 웨이판)과의인연을 맺어준 것도 역시 돈이다. 가족과 함께 홍콩에 불법체류하고있는 팡은 진짜 홍콩시민이 되는 게 꿈이다.
4년전 홍콩인들의 가슴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하지만 미래는 가보지 않은 시간이기에 항상 희망도 있다.아홉살 소년은 그 희망을 말하기에는 괜찮은 장치였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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