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金日成)주석의 생가인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겨 물의를 빚고 있는 강정구(姜貞求ㆍ56ㆍ사진ㆍ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보적인 대북관을 지닌 학자로 통한다.강 교수는 저작 ‘분단과전쟁의 한국현대사’ ‘통일시대의 북한학’ 등에서 일관되게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반미노선을 걷고 있다.
그는 이 같은 관점에서‘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공동의장,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맡아 적극적인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국내 학자들은 그를 ‘정통좌파’ ‘급진적 민주주의’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류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석 보다도 주의주장이 강한 학자”라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자신은 “정통 좌파는 아니지만 좌파는 맞다”면서 “정확히 표현하면 ‘민족민중민주주의자’로 봐야 할 것 같다”고 1월 한 시사월간지에서 말했다.
그는 4, 5월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열린 주체사상 토론회에서 “북한의 건설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주체사상의 자구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일면적”이라면서 전체적 맥락에서의 주체사상 접근을 강조하기도 했다.
통일연대 정책위원장 자격으로방북한 그는 방명록 파문이 확산되자 19일 평양에서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 가서 방명록을 남길 경우 그 장소와 연관된 글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만경대에 관한 표현을 했을 뿐”이라면서 “이렇게까지 파문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88년 미 위스콘신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만경대 정신' 왜 논란
강 교수가 쓴 ‘만경대 정신’이라는 용어가 논란이 되는 것은 만경대가 갖는 정치적 의미 때문.
만경대는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태어나 만주로 떠나기 전인 7세 때까지 살았던 생가가 있는 곳으로, 북한은 주체사상이 태동한 혁명 성지(聖地)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은 1947년 이곳을 혁명사적지로 지정한 후 노동당의 정책, 김일성의 항일 투쟁사를 선전하는 현장교육장으로 활용해왔다.
쟁점은 북한은 자체적으로‘만경대 정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만경대혁명학원, 만경대 문화회관 등 ‘만경대’라는 개념을 적극 살려 김일성의 영웅적 삶을 찬양하고 주체사상의 우월성을 강조하지만, ‘만경대 사상’ ‘만경대 주의’라는 말은 쓰지 않고 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 ‘만경대 정신’을 김일성주의, 주체사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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