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수사기관에 연행된 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단 16명을 포함, 방북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처리바람이 예고되고 있다.검찰과 경찰이 ‘입국 즉시 연행ㆍ조사’라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국가정보원은 한총련 소속 일부 방북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방북한 뒤 비밀회합을 가진 혐의가 있다며 자체 조사에 착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검찰은 공항에서 연행한 만경대 방명록 서명자와 개ㆍ폐막식 동시 참석자, 남측 대표단 간부 등 핵심 관련자들을 상대로 행사참가ㆍ방명록 작성 경위 및 당시 정황 등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인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검ㆍ경은 일단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강정구(姜禎求)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규엽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과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등 개ㆍ폐막식 행사 참석을 주도한 통일연대 집행부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단순히 통일탑 개막식 행사에만 참석한 인사는 제외하되 개ㆍ폐막식에 모두 참석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적행위를 한 인사에 대해서는 추가로 소환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한총련과 범민련 등은 철퇴를 맞을 조짐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의 자체 내사결과, 한총련 등 소속 방북자 5명이 북측의 지시에 따라 위장 방북한 뒤 청년동맹 등 북측의 단체와 비밀회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이적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펼쳐질 것임을 시사했다.
경찰도 지난 15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통일탑’ 모형이 설치된 경위와 한총련 주최로 여의도에서 열린 ‘8ㆍ15 민족통일축전 남측행사’의 이적성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일탑 모형에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총련 간부에 대한 소환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북단에 대한 검찰조사 과정에서 일부 통일부 실무담당자도 경위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조사 중인 인사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확인을 위해 조건부승인 경위와 방북교육 내용 등에 대해 실무자를 상대로 전화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남북관계와 정부의 햇볕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측면 때문에 수사당국도 사법처리의 대상과 수위 결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나 승인범위 밖의 불법 회합ㆍ접촉, 명백한 이적ㆍ친북 행위자 등 최소한에 대해서만 사법처리 방침을 세웠지만 한총련 소속 5명의 위장방북 및 비밀회합 사실이 드러나 방북단 조사파장은 어디까지 확대될 지 종잡기 힘든 상황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공항 입국표정 - 요원 50여명이 방북단 한명 한명 확인
21일 ‘8ㆍ15 민족통일대축전’ 방북단이 도착한 김포공항은 일부 인사들을 현장에서 연행하기 위한 경찰과 환영인파, 규탄인파가 함께 몰려 몹시 혼잡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0…‘만경대 방명록’ 파문의 주인공인 강정구(姜禎求) 동국대 교수는 입국심사대 앞에서 “결코 김일성주석의 가문이나 주체사상을 찬양할 의사가 없었고 단지 순간적으로 나타난 발상을 방명록에 기재했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읽었다.
강 교수는 또 “내가사용한 만경대 정신이라는 개념을 확인도 하지 않고 왜곡ㆍ과장 보도하는 것은 올바른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면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 심대한 염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별도의 해명서를통해 “(만경대 정신은) 민족을 위해 희생되거나 헌신한 사람을 기리고 자손들에게까지 명예와 보상을 내림으로써 민족을 위해 헌신하도록 해 민족정신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명록에 글을 쓰는 순간 “만경대 혁명열사 유자녀학원이 떠올랐다”면서 “학원의 특징인 민족정기의 수립이 통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고말했다.
0…방북단은 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철저한 입국 심사를 받았다. 사복 경찰 등 관계기관 요원 30여명이탑승교를 통해 공항 청사로 들어오는 방북단을 맞았고 또다른 요원 50여명이 입국 심사대에서 방북단을 한 명씩 확인했다.
경찰은 수하물 검색에도만전을 기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갈 경우 노란 리본을 별도로 매달아 정밀 심사를 받은 후 찾아가도록 했다.
0…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전세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1시55분께 기장이 안내방송을 통해 “도착지 변경을 통보받아 김포공항으로 간다”고 밝히자 기내가 술렁거렸다. 일부 인사는 “공항에서 연행하는 게 사실이냐”고 묻는 등 걱정을 했다. 방북단 집행부의 한 인사는 “처벌만이 능사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공항 주변에 23개 중대 2,600여명의 병력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청사 건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이 봉쇄됐고 한총련 소속 학생들과 재향군인회 회원 등 외부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
베트남참전전우회, 6ㆍ25참전우기념사업회 등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소속 회원800여명은 오전11시3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 방북단을 규탄했다.이들은 “좌경불순 세력 방북 승인한 정부 당국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북한의 꼭두각시 통일연대, 통일운동 찬물 끼얹은 방북단은 북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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