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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첫 소설집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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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첫 소설집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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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설가들에게는 그들로 하여금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단 하나의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바로 그 이야기를 털어놓기 위해 다른 이야기부터 에둘러서라도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늦깎이로 등단해 첫 소설집 ‘베니스로가는 마지막 열차’(문이당 발행)를 낸 조용호(40)씨에게 그 이야기는우리 사회의 소위 386세대만이 갖고 있는 젊은 시절의 상처에 관한 기억이다.

표제작에서 주인공은 옛 여인의 편지를 받고 베니스로 가는 열차를 탄다. 여자는학창시절 오빠가 노동운동을 하다 투신자살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죽은 후 방황하다 베니스에서 죽는다.

여자와 함께 ‘운동’을했던 주인공이 회상하는 젊은 시절, 그것은 81학번으로 대학 입학 며칠 후 도서관에서 “학우여…”를 외치며 분신한 선배를 본 것으로부터 비롯된, 끊임없는 역사ㆍ시대와의 불화 그 자체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가정과 직장에서 “발 아래가 금방이라고 꺼져버릴 듯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비파나무 그늘 아래’ 중에서) 있다.

386세대의 80년대 이야기라면 90년대 문단에 후일담소설이란 이름으로 넘치도록많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씨의 첫 작품집에 실린 11편의 소설은 작품들마다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상엿소리(실제 작가는 운동권의 노래꾼이었다)와 주인공들의 도도한 죽음, 그에 대한 화자의 낭만 어린 술회로 이전의 후일담과는 다른 분위기를 주며 독자를 이끌어간다. 역사도, 현실도 사라지고있다는 21세기 우리 소설 작단의 새로운 수확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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