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황석영의 ‘손님’과‘오래된 정원’은 기쁨이었다. ‘장길산’ 이후 처음이니 20년도 넘었다.그 사이 ‘무기의 그늘’이 나왔지만 그 땐 바빠서 읽지 못했다. 잊었던그의 작품을 읽으며 반가웠던 것은 많은 팬들의 우려처럼 그가 문학 이외의 문제에 신경을 빼앗겨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다. 우리가 아는 그의 체험이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발견한 것도 기쁨이었다.
■‘손님’은 1989년 몰래북한에 들어가 보고 들은 것과 베를린 망명시절, 그리고 미국 체류시절의 취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아버지가 어려서 살았던 황해도 신천에 안내되어 둘러본 ‘미제 학살기념 박물관’의 이야기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3만5,383명의 양민이 ‘미제’에 의해 살해 당했다는 박물관의 주장에 대해 그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군이 진격하기 전에 ‘우리내부에서 저질러진 일’이라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오래 된 정원’은 황석영 답지 않은 사랑 이야기다. 황석영 답지 않다는 것은 세상 일에 관한 고발보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많은 이 작품의 섬세한 심리묘사에서 얻은 느낌이다.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수배된 데모 학생과 은신처를 제공한 미술교사가 사랑을 맺는다. 그러나 스스로 걸어 들어간 감옥에서 18년을 썩고나오니 연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한 점 혈육은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얘기다.
■89년 불법 북한방문 이후독일과 미국에서 망명생활 같은 나그네 생활을 하다가 처벌을 각오하고 귀국한 것이 93년.
그로부터 5년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그 체험들을 ‘딴짓’이었다고 말한다. 그 딴 짓에 미쳐 있었던 오랜 세월을 그는 “정말복 받고 운 좋은 반생이었다”고 토로했다.
딴 짓을 안 했다면 그런 작품이 나올수 없었을 터이니, 그것은 독자에게도 행운이었다. 허가 받은 이번 북행이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형상화할지 기다려진다.
문창재 논설위원 cjm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