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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동강의 입산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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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동강의 입산을 기다린다

입력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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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물이 2급수로 전락했다는 소식은 드디어 우리강산이 한꺼번에 거대한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우리 나라 제일의 원시하천인 그곳에서 묵납자루와 어름치가 사약을 들이마신 채 온몸을 뒤틀며 피를 토하고있다.

원앙, 비오리, 수달들도 새벽에 일어나 물을 마시기는커녕 이젠 그물에서 자맥질하기도 영께름직할 것이다.

그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이처럼 간단히쑥밭을 만드는 우리자신의 무지함과 잔인함에 그저 경악을 금치못할 뿐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동강의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ppm 미만인 상수원1급수였다. 단 1년 사이에 수질오염도가 어떻게 거의 100%나 증가할 수 있단말인가. 해도 정말너무 했다. 원인은 크게두 가지로 압축된다. 결국유명세와 돈이다.

댐을 짓느냐마느냐를 놓고 너무도긴 논쟁을 벌이는 동안 강원도 두메산골에 그런 보물이 숨겨져있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들어도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전국의모든 사람들이 그곳을알아버리고 말았다.

좁은 땅덩어리에 마땅히 갈 곳도딱히 없던 차에 남들은 가지 말아야하지만 나는 가봐야겠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천명씩 몰려들었으니 그‘발굽’에 무슨재주로 살아남으랴.

야영족들이 버리는 오물과 쓰레기도 문제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유행하기 시작한 급류타기(rafting)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완만한 고생대 지형을 가진우리 나라 산야에는 사실 급류타기를 할마땅한 곳이 거의없다. 동강에도 급류타기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있는 구간은 정말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급류타기를 기획한 관광회사측은 잔잔한 강물 위에서 일부러 보트를 흔들거나 뒤집으며 사람들을 빠뜨린다. 그억지 춘향에 괴성을 지르며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차라리 불쌍하기까지 하다.

연결되어 있는 문제지만 돈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관광객 유치에 눈이 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일변도 정책에 환경보전은 철저하게 뒷전으로 밀리고있다.

강줄기를 따라 어느새 식당과 숙박업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도로확장, 주차장 시설 등 무차별난개발을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해치우고 있다. 고양이에게 맡겨놓은 생선이 드디어 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지방이양촉진법’에 따라 환경관리를 상당 부분지방자치 단체들의 손에 넘길때부터 이미 동강의 운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우리 행정체계는 분명개선되어야 하지만 환경행정 만큼은 절대로 지방자치단체에 맡길수 없음을 나는 이미 여러 번지적한 바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가난해서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스스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온갖 수익사업을 벌일 수 밖에 없다.

환경학자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환경파괴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가난이다. 당장 저녁을 끓일 땔감이 없어나무를 베고 있는가난한 촌부에게 자가용을 타고 지나가며 ‘온실효과’로 부터 우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나무를 베어서는 안 된다고말할 수 있는가.

지방자치단체의 규모로는 환경과같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렵다.

환경을 관리하는 일은 물론 주민 스스로의 몫이다. 그러나 환경은 생태학을 중심으로 지구과학, 생명공학 등다른 자연과학 분야들은 물론 경제학, 법학 등여러 인문사회과학 분야들이 함께 어우러진 학제연구를 통해서만 보전이 가능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환경학자들의 체계적인 연구와 중앙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들간,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간에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댐건설이 백지화된 이래 환경부는 나름대로 동강 살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얼마 전 아버지와 단 둘이 조용히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갑자기 문명세계에 알려지면서 결국 불행해지고 만 산골소녀 영자를 기억할것이다.

광고를 제작한 사람들이 영자 아버지의 죽음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것처럼 동강의 아름다움을 알리려 노력한사진작가, 문인, 환경운동가들도 동강의 이런 최후를 기대한것은 결코 아니다.

빚더미에 시달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강주민들과 영자 아버지는 모두 억울하게 세상의 버림을 받았다.

작년 6월 환경의날 기념사에서 김대중대통령은 영월댐 건설계획의 백지화를 발표하며 “정부는 잘못된 정책의 틀을 철저히 바꿔 적극적인 환경보전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늦기전에 환경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관련부처들, 인근지방자치단체들, 환경단체들, 그리고 주민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산골소녀 영자가 그랬듯이 동강이 머리 깎고 입산할날을 나는 손꼽아 기다리련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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