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감독과 주장을 겸하고있던 한국 정부가 채권단에 주장 역할을 완전히 맡긴다고 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뀐 것은 하나도없어요.”19일 만난 한 외국 증권회사의 펀드매니저는 “올해 초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전적으로 채권단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발표하고 4월부터 채권단내에 기업구조 조정상설협의회도 설치돼 부실기업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최근까지의 결과는 낙제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7월과 8월 발표된 1ㆍ2차 퇴출 기업 내용을 보니 금융시장에서 부실의 대명사로 꼽히는 기업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고이미 사망진단이 내려진 ‘피라미 기업’들로만 숫자를 채웠더라는 얘기였다.
다른 외국 투자기관의 관계자는 “상당수 외국 기관들은 한국에서 또 다시 메가톤급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있다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아무리 콜금리를 내려도 자금흐름의 왜곡현상이 풀리지않는 것은 이 같은 불안감이 폭넓게 퍼져 있기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종전에는 정부가 대형 부실기업 퇴출을 막았으나, 이제는 칼자루가 넘어왔어도 채권단 스스로 부실기업정리를 주저하는 상황이 됐다.
한 채권은행 임원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대기업은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연명시키는 것이 낫지 잘 못 건드렸다가는 수천억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실토했다.
최근 정부 관리들의 복지부동을 꼬집는 말로 ‘님티’(NIMTEㆍNot In My Termsㆍ내 임기중에는안돼)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이 말은 ‘시한폭탄’폭발시간만을 뒤로 미루려는 채권단의 위험한 곡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도 채권단도 모두뒷짐만 지고 있으면 ‘가래로도 못막는 상황’이 또 올수밖에 없다.
경제부 박정규 차장대우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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