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누비며 ‘수출 첨병’ 역할을 하던 국내 종합상사들이 최근들어 ‘안방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미국 일본 등 주요 해외시장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만물상식수출대행 사업에 한계를 느낀 종합상사들이 내수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가 취약한 후발 종합상사일수록 내수사업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고, 현대 삼성 대우 등 대형 종합상사들도 올들어 국내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SK글로벌은 올 상반기부터 사업구조가 내수부문 매출이 수출을 훨씬 뛰어넘는 형태로정착됐다. 상반기 실적 9조577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56%) 5조860억원을 기름과 휴대폰 판매 등 내수에서 벌어들여 처음으로 수출부문을초과했다. SK글로벌은 1999년 말 SK유통을 합병하고 지난 해 7월 SK에너지판매를 흡수합병한 이후 주유소사업과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기 판매사업 비중을 더 높였다. 또 캐주얼복 카스피와 교복 브랜드 스마트 등 패션과 직물부문도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LG종합상사도 수출물량은 오히려 감소한 반면 의류패션사업과 할인매장 등 내수부문 실적은 크게 호전됐다. 수출실적은 지난 해 같은 기간 64억달러보다 12.9% 감소한 56억달러에 머문 반면 내수부문매출이 1조원을 넘어 지난 해 보다 10.2%나 늘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수부문 비중은 지난 해 9.7%에서 올해는11.8%로 늘어났다. LG상사 관계자는 “올 해 패션부문에서 신사복 액세서리 등 신규 브랜드를 내놓았으며 유통부문에서도 LG마트의 점포를 전국 6곳으로 늘리고 고수익 상품을 집중 육성하는 등 수출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말했다.
내수비중이 21%에 달하는 현대종합상사도 최근 무선 이동통신의 컨텐츠와 솔루션공급 등 이른바 ‘모바일(Mobile)’사업을집중 육성하고 스포츠 문화사업을 시작하는 등 내수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상사는 특히 M-코드 서비스 구축비와운영 및 정보이용료, 상거래 수수료, 광고료 등에서 수익을 늘려 M-코드에서만 2003년까지 270억원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건설 주택 유통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 내수부문 매출이 2조4,600억원으로전체매출(17조3,000억원)의 14.2%를 차지, 지난 해(12.2%)보다 2% 늘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석유류를 수입, 국내에 판매하는등 해외에서 물건을 사들여 국내 판매한 수입 사업을 합칠 경우 내수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일본 종합상사들도내수부문 매출이 평균 47.1%로 수익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며 “계열사들의수출대행물량이 줄고 중소ㆍ벤처기업들도 직접 수출에 나서면서 종합상사마다 내수부문 사업 다변화로 수출부진을 돌파하고 있다”고말했다.
그러나 무역협회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한계가있는 만큼 종합상사들이 유통업체 및 외국기업과 연계해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입원을 다원화하고 해외 공동프로젝트와 플랜트 수출 등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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