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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 (32)'불편 줄이는' 시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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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 (32)'불편 줄이는' 시위 문화

입력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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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대회가 1년여 밖에 남지않은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시위문화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했으면 한다. 꼭 월드컵이 아니라고 해도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은 지금의 시위문화는 21세기의 시대적 변화에 맞게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다중의 시위나 집회 자체가 금기시 되었기 때문에 시국과 관련한 시위나 집회의 경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일상적으로 공권력과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의례 시위가 과격화되기 일쑤였고 시민의 불편 또한 컸으나 민주화를 위한 고통으로 감내하였다.

현재는 민주화의 덕분으로 시위 자체가 공권력으로부터 부정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시위문화도 평화적이고 다양한 양상으로 많이 변화하였다. 시민적축제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시위와 집회도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적 시위문화를 위해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일부 시위가 과격화되어 공권력과 충돌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겪으며 큰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다. 국가적 이미지 실추도 물론이지만 방문 외국인들의 눈에 중무장을 하고 거리에 늘어 서있는 전경들의 칙칙한 복장과 전쟁과도 같은 분위기에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도 된다.더구나 시위로 인해 거리에서 전경들이 도시락을 먹는 모습까지 보면 우리 스스로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해 4월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동성연애자들의 날’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미국 전지역에서 1만여명이 몰린 이날 시위는 소풍같은 분위기였다. 연단에서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낭독되고, 유명 동성연애자들이 열변을 토했지만 피켓을 든 시위군중은 평화스럽게즐기면서 시위를 마무리하였다.

TV에 나오는 한 참석자의 말은 단순하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속으로는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당국에 분통이 터지지만 폭력을 휘둘러봐야 이미지만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은 도로교통 정보와 함께 시위 정보도 제공한다.

‘샤세뉴-고이용 광장 15시부터 17시30분까지, 패스트푸드 식당 아르바이트 학생들 시위’ 이런 식이다. 이것은 시위 주최자가 경찰에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리고, 그 범위 내에서 시위를 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구의 시위문화는 시위가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동조를 얻는 것이다.

서구에 비하면 우리는 한참 멀었다. 시위는 시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시민 모두가 즐기는 권리여야 한다. 우리도 세계인이 참여하는 큰 축제를 앞두고 시위 목적을 달성하되 평화적인 방법으로, 행진시위를 벌이되 최소한의 불편만 주도록 노력하여 과격한 시위도, 공권력 투입도, 시민들의 불만도 없이 동조를 얻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 회에는 한국소비자보호원생활경제국 소비문화팀 정동영 과장이 ‘예약문화도 선진화 하자’는 주제로 기고합니다.

고계현(경실련 시민입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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