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점철된 평양 8ㆍ15 남북공동행사의 뒷처리 문제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졸속 방북 승인’ 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다, 평양 상황이 지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대책마련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정부는방북단 중 상당수가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미뤄 방북단 지도부가 통제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17일 “방북단 지도부가 잇단 파문이 있었음에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접견을 요청하는 등 계속 방북 목적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대헌장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남측 인사에 대한 처벌문제는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방북단이 돌아오면 진상을 파악, 적절하게 대처할것”이라며 사법처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도 “방북 가이드라인을 어겼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수사 방침을 피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경우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북측이 이를 빌미로 자제해왔던 대남 비난을 재개, 정체된 당국간관계가 경색될 수 있는데다, 유일한 대북창구였던 민간교류마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3대헌장 기념탑 행사 참가자가 100명이 넘는 점도 큰 부담이다.
남측추진본부의 내부 분열상도 고민거리다. 평양 행사 과정에서 불거진 방북단 내 의견 대립은 6ㆍ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뭉쳤던 추진본부가 와해될 가능성 마저 시사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결성 3개월 된 추진본부가 미완성 조직임이 드러났다”면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시화할 경우 전례 없는 ‘남남(南南) 갈등’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통제가불가능한 방북단의 행동과 연동해 가중되고 있는 여론의 비난도 정부를 위축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한데 이어 민주당 내에서도 ‘정부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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