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웃고, 일본은 울고.’달러 강세가 최근 약세로 돌아서자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 양대축의 환율 대차 대조표이다.
달러에대한 계속된 유로화 약세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 인플레 망령에 시달려야 했던 유럽은 이 기회에 인플레에서 경기부양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반면,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최근 ‘과격한’ 통화팽창 정책까지 내놓은 일본은 ‘엔고’라는 역풍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유럽 정책 당국자들은 유로화가 점차 제가치를 찾아가자 인플레 우려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 왔던 금리를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사정은 정반대다. 통화를 풀어야 할 바로 이 시기에 엔화 강세를 맞아 수출을 통한 경기반전을 노린 당국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제로 금리로 금리정책수단이 이미 바닥난 일본 중앙은행이 14일 중앙은행에 대한 금융기관의 당좌예금 잔고를 5조엔에서 6조엔으로, 장기국채 매입 규모액도 월4,000억엔에서 6,000억엔으로 늘리는 급진적인 팽창 정책을 발표한 직후여서 충격은 더했다.
월가에서는 이 때문에 며칠 후 환율 변동조차 예측하지 못한 채 현실성이 희박한 통화정책을 강행한 일본은행의 ‘정책적 단견’ 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2개월 반 만에 달러 당 120엔대 밑으로 떨어진 엔화 강세에 대해 달러 당115엔 대가 일본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환율 한계치로 보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미치는 달러 약세의 파장은 복합적이다.
지난 달 전년 대비 수출 감소율이 대만은 17%,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14%, 인도네시아는 10%, 홍콩이 8%를 기록하는 등 일제히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수출 가격 경쟁력에 치명적인 달러 약세를 맞았기 때문이다.
반면 자국통화 강세로 구매력이 높아지고, 달러 표기 외채에 대한 이자를 줄일 수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달러에 대한 고정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은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압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추가 금리인하 등 경기 부양의 여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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