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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이래도 햄버거 계속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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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이래도 햄버거 계속 먹을래?"

입력
200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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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미안합니다. 맥도날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1986년 타히티 관광청은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자국의 해변을 세계에 광고하면서슬로건을 이렇게 내세웠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미국식 패스트푸드 문화를 대비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맥도날드는 타히티수도 파피테에 보란 듯이 체인점을 냈다. 패스트푸드는 자본주의 세계화의 극명한 상징이기도 하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로대표되는 패스트푸드 세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단지 패스트푸드의 값싼 맛을 경멸하거나, 그것으로 대표되는미국 대중문화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월간 아틀란틱’ 기자인 에릭 슐로서는‘패티(patty)’라 불리는 햄버거용 쇠고기 조각, 튀긴 프렌치 프라이 한 조각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부터, 패스트푸드가 산업노동자와 소비자 특히 아이들에게 어떤영향을 미치고, 패스트푸드가 만들어내는 가치들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고 있는지를 철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흥미롭고도 생생하게 서술된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삼복 더위에도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이래도 햄버거를먹어야 하나?”

저자가 우선 보여주는 패스트푸드 산업의 발전사는 문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의현장처럼 보인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 1~4위를 차지하는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하디스의 창업과 발전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2차세계대전을전후한 미국사, 특히 경제 발전과 직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과정에서 패스트푸드 산업 종사자의 저임금, 식품 안전 문제를 놓고 의회,백악관을 상대로 한 업계의 로비 등 정치적ㆍ경제적 공작이 벌어졌다고 폭로한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맥도날드 본사의 기념품 상점에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미국 국기가 있다. 미국의 각 주를 상징하는 50개의 별 대신 맥도날드의 상징인 ‘골든 아치(Golden Arches)’, 즉 황금빛 ‘M’자 로고들이 그려진 깃발이다.

1948년 창업한 맥도날드는1968년 1,000개에서 오늘날에는 세계 117개 국에 2만 8,000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2,000개 정도를 새로 연다.

세계어떤 회사보다도 상업부동산 부지를 가장 많이 소유한 회사가 맥도날드이다. 이 회사는 매년 100만 명 정도를 새로 고용하는데 이는 공공ㆍ민간 부문을망라해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많은 수치다. 2000년에 미국인들이 패스트푸드를 사먹는 데 쓴 돈은 1,100억 달러를 넘는다.

이 돈은 고등교육비용, PC와 소프트웨어 구입, 자동차, 영화, 책과 잡지 및 신문을 보고, 비디오 및 음반을 구입하는 데 들인 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미국 초등학생의 96%는 맥도날드의 상징적 캐릭터인 ‘로날드’를 알고 있고(상상 속 인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로날드보다 더 높은 인지율을 기록한 유일한 인물은 산타 클로스였다), 한 조사에서는 골든 아치는 십자가보다 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런 통계와 조사결과들을 인용하며 미국을 책 제목처럼 ‘패스트푸드의제국’이라고 표현했다(책의 원제는 ‘Fast Food Nation’이다).

사실은 이제 온 세계가 그 제국에 편입됐다.이 제국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그의 시선은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의 생산과정에 집중돼 있다.

삶의 모든 단면을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체인화, 프랜차이즈화한패스트푸드 산업으로 미국의 자영농은 몰락했다. 패티를 생산하는 정육업체들의 집중화, 그에 따른 노동자들 저임금.

열악한 생산환경 때문에 패스트푸드는생명을 위협하는 먹거리가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993년 햄버거를 먹고 복통을 호소하던 700여 명 중 4명이 숨진 ‘잭인 더 박스’ 사건 이후 50만여 명의 미국인들이 치명적인 이콜리(E-coli) 0157균 때문에 고생했고수백 명이 사망했다.

“패티 한 조각은 수십, 수백 마리로부터 모은 쇠고기로만들어지는데, 이콜리 균에 감염된 소 한 마리는 3만 2,000파운드의 다진 쇠고기를 오염시킨다.”

저자는 이런 주장의 증거들을 450페이지의 책 중 80여 페이지를 주(註)로 채우면서 하나하나 제시한다.

생산과정은물론, 디즈니 식의 어린이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마케팅 전략, 이제는 학교 구내에까지 광고판을 설치하는 홍보 전략의 문제점이 치밀하게 분석된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답도 제시해 놓았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은 너무도 쉽다.

사지않으면 된다. 패스트푸드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들은… 단지 사업가들일 뿐이다. 사람들이 원한다면 그들은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한 목초를 먹은 쇠고기로 햄버거를 만들어 팔 것이다.

이윤이 생기는 한 그들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바로 그것을 팔 것이다.” 30년 전 일본에 맥도날드를 들여온 덴 후지타는 ‘음식이 곧 사람’이라며 일본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다.

“우리가 맥도날드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천 년 동안먹는다면, 큰 키와 흰 피부, 금발을 갖게 될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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