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단 한 사람 남은 독재자가 사라질까. 내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몰락 이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려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47) 벨로루시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집단농장 감독 출신인 루카셴코는 1994년 대선에서 경제 재건을 공약으로 내세워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집권하자마자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정치 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특히 96년에는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뜯어고쳐 자신의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한 재집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난달 전 보좌관이 최근 2년새 잇따라 실종된 전 부총리 등 고위 인사들이 정부 특수부대에 의해 암살됐다고 폭로하면서 수도 민스크에서는 연일 반독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야당들도 연대해 블라디미르 곤차릭 노동조합연맹 위원장으로 후보를 단일화한 상태다. 루카셴코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러시아마저 최근 들어선 그와 거리를 두려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루카셴코는 “나는 밀로셰비치처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선거 감시단을 파견하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야당의 앞잡이’라며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지난해 서방의 지원 속에 밀로셰비치를 누르고 당선된 보이슬라브 코스튜니차 유고 대통령에 빗대 “벨로루시에 코스튜니차는 없다”고 단언했다.
루카셴코의 이 같은 말은 선거에서 패할 경우 밀로셰비치처럼 무력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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