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어린이도 못지키는 세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어린이도 못지키는 세상

입력
2001.08.17 00:00
0 0

부산과 광주의 어린이 4명이 섬진강에서 물에 빠져 죽은 사건은 모든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여섯 살 짜리 코흘리개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죽어간 시간, 백사장에는1,000명이 넘는 어른들이 다른 일에 신경을 팔고 있었다. 한 사람만이라도 그들의 안전에 신경을 썼다면 생때같은 어린 목숨이 그토록 허무하게죽어 갔을까.부산과 광주 YMCA가 주최한‘통일기원 영ㆍ호남 섬진강 건너기’ 행사에는 참가 어린이 300여명의 보호자들과 안전요원100여명, 행사진행 요원 70여명이 있었다.

그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 몇몇이 통제를 벗어나 물놀이 간 것을 아무도 몰랐다. 안전요원이 아무리많으면 뭐하나.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

사고는 개회식과 점심식사가끝난 뒤 도강준비를 위해 참가 어린이들에게 구명동의를 나누어주는 사이 일어났다고 한다.

더위를 참지 못한 어린이들이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물가로달려가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소속단위별로 인원파악만 철저하게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취학연령도 못된 어린이들에게도강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통일과 영ㆍ호남 화합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코흘리개들에게 무슨 호연지기인가. 통일도 화합도 좋지만 사리 분별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테마는 아니다.

수영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에게 폭이100m나 되는 강을 건너게 하자는 발상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구명동의를 입고 물에 뜨는 물체를 붙잡고 헤엄을 치면 괜찮으리라고 믿었다면물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전날 내린폭우로 강물이 불어 위험하다는 경찰의 경고를 묵살한 일이다. 더구나 강바닥에는 골재를 채취하고 메우지 않은 웅덩이가 많아 어른들에게도 위험한 곳이많다고 한다. 현지 확인조사를 어떻게 했기에 그런 위험성을 무시했단 말인가.

나라 전체가 안전불감증에 걸린것은 익히 아는 일이지만, 특히 어린이 안전사고는 너무 무방비 상태다.

교통사고 물놀이 화재 등으로 죽는 어린이가 연간 1,600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어른들의 무신경으로 죄 없는 어린이들이 자꾸 죽어나가는 이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빨리 근절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