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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히딩크호 투지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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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히딩크호 투지는 어디로 갔나

입력
200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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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로 들끓었던 올해의 광복절은 늦은 밤 한국 축구대표팀의 참패 소식으로 더욱 착잡했다. 개인이나 국가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까닭은 이를 통해 마음가짐과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의미일 것이다.그런데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특별한 광복절에 0_5의 참패를 당했으니 축구관련 홈페이지마다 대표팀의 정신력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진 것은 당연하다.

축구기자로서 ‘특별한 날’ 대표팀의 가장 가슴 아픈 패배로 기억되는 것은 1992년 8월29일 제2회 베이징 다이너스티컵 결승전이다. 1910년의 이날은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이었는데 한국이 무기력한 경기 끝에 일본에 승부차기로 패하자 축구인들은 ‘축구의국치일’이라며 분개했었다.

특히 85년 이후 일본을 상대로 한 7년 만의 패배였고 8월에 열린 역대일본전서 10전 무패(6승4무)를 이어오다 당한 첫 패배여서 분노가 컸다. 8월 만큼은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98년3월1일 요코하마 다이너스티컵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1_2)도 3ㆍ1절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언론의 일방적인 지원사격을 받았던 차범근 감독은 이날의 패배를 계기로 하루 아침에 신뢰를 잃어 버렸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93년 10월25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전의 패배도 기분 나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결승골을 넣은 미우라 (가즈요시)가 명성왕후의 시해범인 일본인 부랑아 미우라 (고로)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96년 올림픽대표팀의 비쇼베츠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조국 우크라이나의 피지배 역사를 예로 들며 정신력을 강조하곤 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일본과의 대결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새삼 비쇼베츠 감독을 떠올리는 것은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을 엿볼 수 있는 경기가 많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유럽팀을 상대할 때면 제기량을 펴보지도 못하고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한국축구 실종’ ‘실력이 약하면 투지라도 강해야지….’ 광복절의 참패로 ‘히딩크비난’의 포문을 연 우리 언론이 지적한 제 1의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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