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에드워드 사이드(66)는 새삼 강조할필요도 없이, 생존해있는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사상가이다. ‘동양은 서양보다 열등하다’는 사고방식의 유럽 중심적 편견과 제국주의적 음모를 밝힌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1978)은 엄청난 충격을 주며 세계 지성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원제 ‘Out of Place’)은 지난해 출판된 그의 회고록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1994년 백혈병에 걸린 그가 병상에서 또 회복기에,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1962년 미국 하버드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의 젊은 시절을 회고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그의 회고로 비로소 팔레스타인 사람이 말하는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식은 이스라엘의 목소리, 혹은 거기 동조하거나 부추기는 미국(언론)의목소리에 바탕해 있었다.
영국 식민지였던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1947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집트로 이주, 다시 1951년 미국으로 건너간 팔레스타인사람인 사이드의 회고는 팔레스타인에도 역사가 있고 사회가 있었으며 거기 살았던 젊은 남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꿈꾸었는지를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준다.
에드워드라는 영국식 이름과 사이드라는 아랍 성(姓)이 조합된 그의 이름 자체가 상징적이다.어디에도 뿌리박지 못하고 소외된 팔레스타인 사람, 책의 원제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도는’ 정체성은 그에게 운명적인 것이었다.
“내 인생의 기본적인 분열은 바로 언어의 분열”이라고고백하는 사이드는 직접 목격한 제2차 세계대전이 아랍세계에 미친 영향,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소멸, 나세르의등장과 PLO의 출범, 레바논 내전, 그리고 90년대 중동평화협상 과정을 배경으로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기록했다.
인격 형성기의 청년이 겪는 이중삼중의 고민이 마치 빼어난 성장소설을 읽는 것 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컬럼비아대학 영문학ㆍ비교문학 석좌교수, 미국 학술원 회원인 문학ㆍ문명비평가이면서동시에 팔레스타인 망명정부의 국회의원으로 미국 행정부의 중동정책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인 사이드가 세계의 역사와 개인의 인생을 절묘하게 교직한기록이다. 이른바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비춰보게 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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