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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620년 문화 적성댐에 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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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620년 문화 적성댐에 묻을 수 없다

입력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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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주서동, 중동, 용동은 고려시대부터 320여세대가 620년 동안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는 남원양(楊)씨의 집성촌이다.또 고려 우왕과 공민왕이 하사한 우리나라에 모두 3개 밖에 없는 홍패(紅牌)와백패(白牌) 중 2개가 이곳에 있다.

대한민국 보물 제725호로 지정된 홍패ㆍ백패는 과거 생원 진사시험이나 문ㆍ무과 합격자들에게 수여하던 증서로지금 정부가 보호각을 세워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을 중앙에 있는 열부 이씨 정려각이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조선시대 문화재도95점이나 된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전라남도 광양시와 광양제철소의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 곳에 섬진강 적성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보상비 외에 이주 정착금을 더 주겠다느니, 적성댐 주변 정비에250억원을 투입한다느니 하면서 조용히 고향을 등질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각을 지어 보물로 지정해 보호하도록 해놓고 이제 와서 문화재를물 속에 집어넣으려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정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

전남 광양에 물이 부족하면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하동지역의 물을 이용하는 것이낫다. 지금도 엄청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예산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정읍군 칠보발전소에서 버려지는 물이나 장성댐 물을 관을 통해 전남광양으로 이동시켜도 이재민을 발생시키지 않고 예산도 삭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메인주 케네백 강 하류의 에즈워드댐은 세계 최초로 환경을 위해 철거됐고1980년대 이후 세 번이나 입안되었던 파키스탄 인더스강의 칼라바 댐도 올 8월 건설 중지가 선언됐다.

스페인은 2008년까지 댐 건설을 중지하기로했다. 모두 멸종되어 가는 어류를 지키고 고여있는 물을 흐르게 해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현명한 인간의 배려이다.

환경과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원형대로 복구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현대기술이 뛰어나도 원형대로 되살릴 수 없다.

산을 따라 흐르는 계곡 아래 흐르는 물 속을 들여다 보면, 희귀한 물고기들의 유연한 몸놀림을 자세하게관찰할 수 있다.

문화와 자연이야 말로 21세기 우리 나라의 재산이다. 행정당국은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졌으면 한다.

양병완 순창북중학교교사, 동편제판소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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