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유엔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WCAR)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회의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왔으나 식민주의와 노예제도에 대한 배상문제와시온주의 및 중동 문제 등을 놓고 각국들이 대립, 선언문 및 행동계획 초안 작성 작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100여개국 대표들은 지난 달30일부터 10여일 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3차 준비회의를 열어 폐막일 채택할 선언문과 행동계획의 문안을 절충했으나 핵심 쟁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전체 분량의 20% 정도 밖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이는 80%의 핵심 쟁점이 사전 합의 없이 더반 회의로 넘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각국은 자국의 입장을 정리한 후 더반 회의 전까지 비공식 접촉을 하기로 했지만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중동지역 국가간의 이해 충돌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시온주의를 인종차별로 규정하거나 식민주의 및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와 보상 문제를 의제로 채택할 경우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18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자칫 약소국들끼리 울분을 토로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대해 반인륜적 노예매매와 관련된 이익을 배상을 통해 환원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노예 매매와 관련된 과거 악행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사죄나 배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과거 식민통치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아랍 진영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중동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회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중동 국가들은 시온주의 문제의 경우 더반 회의 자체를 위태롭게 할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인종주의로 간주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등 이스라엘내 점령지 문제는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미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3차 준비회의와는 별도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14일 미국이 사상 처음 제출한 ‘인종차별주의 보고서’를 심의하면서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와 사형제도, 경찰의 잔혹행위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미국정부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미국은 소수인종의비율이 전체 인구의 20% 이지만 사형 선고자의 54%가 소수 인종출신”이라며 미국은 인종적 편견으로 사형제도가 이용되지 않도록 사형유예를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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