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페르베스 무샤라프(59) 파키스탄 대통령이 내년 민정이양을 선언, 그 배경과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무샤라프 대통령은 14일 파키스탄독립 54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집권 직후 약속했던 대로 2002년 10월 1일부터 11일 사이 연방과 주 선거를 실시한다”는 요지의 민정회복일정을 밝혔다.
그는 또 선거위원회의 개혁과 ‘견제와 균형’을 도입하기 위한 개헌을 실시하고 여성, 농민, 빈민층과 같은 소외집단에 대표권을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민선 정부를 군사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집권함으로써 국내외의 비난을 받았던 무샤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격적인 선언에 대해 파키스탄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임시 변통일뿐 실제 민주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 21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있는 파키스탄이 이번 주말 열리는국제통화기금(IMF)과의 ‘빈곤퇴치 성장촉진’(PRGF) 차관협상을 앞두고 국제무대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정이양을 약속했다가 지키지않았던 과거 군사정권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민정 이양 후에도 실권자로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도 선거를 전후하여 자신과 군부의 역할이나 야당의 활동보장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망명중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사우디 아라비아로 추방된 샤리프 전 총리의 정계 복귀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따라서 그는 제한적으로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되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국가안보위원회를 통해 민선 정부를 조종하거나 군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 체제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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