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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그들…여전한 '민중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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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그들…여전한 '민중미술'

입력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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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민주화 운동당시 최병수씨의 대형 걸개 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민중항쟁의 대표적 상징이었다.그 해 6월 9일 시위도중 사망한 연세대생 이한열군을 형상화한 높이 10㎙, 폭 7.5㎙짜리 이 그림은 또한 민중미술의 대표작이기도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제도권 미술’의 수장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그림을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급격히 변했고, 민중미술은 그만큼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80년대 말~90년대 초 민중미술의 일선에서 활약한 작가 9명이 다시 모였다.17~31일 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현장 2001-건너간다’전을 통해서다.

최병수씨를 비롯해 구본주, 배영환, 이중재, 김태헌,박은태, 방정아, 박경주, 최평곤씨 등 흔히 ‘2세대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신학철, 임옥상, 홍성담, 오윤, 이철수 등 1세대작가의 뒤를 이어 민중미술의 마지막 불꽃을 지핀 세대들이다.

최병수(41)씨는 88년 작 ‘반전반핵도’와 2000년 작 ‘하늘마음 자연마음’을출품했다. 가로 8.8㎙, 세로 6.1㎙짜리 대형 천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반전반핵도’는 떨어지는 원자폭탄 사이로 신음하고 절규하는 사람들의모습을 그렸다.

‘하늘마음…’은 지난 해 새만금 갯벌에 설치됐던 솟대 작품으로 미술관 옥상에 새로 설치된다. 환경 문제에 천착하는 작가의 요즘경향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80년대 나를 자극한 것이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지금은 환경문제다. 그래서 뙤약볕내리쬐는 갯벌에 솟대를 설치한 것이다.

판화나 걸개 그림에서 조각과 설치로 형식이 변한 것도 현실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뿐이다. 민중미술은결국 ‘시국화(時局畵)’다.”

구본주(34)씨는 91년 대표작 ‘갑오농민전쟁’과 함께 최근 제작한 나무 조각2, 3점을 전시한다.

시퍼렇게 날 선 낫을 든 농민의 팔뚝을 힘있게 표현한 ‘갑오농민전쟁’에서, 샐러리맨의 짓눌린 일상을 포착한 99년 작‘위기의식’까지 작가와 민중미술의 변모과정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웹 아트와 동영상, 퍼포먼스까지 수용한 민중미술의 현 주소는 이중재(35)씨의 작품에서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을 ‘시대미술’로 부르는 그는 7분짜리 동영상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99년 작 ‘보이지 않는 위험’을 내놓는다.

컴퓨터슈팅 게임을 그대로 옮겨놓은 동영상 마지막에 군인이 관람객을 향해 총을 겨눔으로써 “결코 변하지 않은, 생존의 계속되는 위험을 경고한 작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준기씨는 “민중미술이 더 이상 신선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요즘에도이들은 작가의 생명을 여전히 ‘현장성’에 두고 있다”며 “80년대 민중미술 역시 작가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실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현장미술’이었다는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민중미술의 끈질긴 생명력과 ‘현장성’을 전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02)737-8643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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