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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21 / 어린이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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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21 / 어린이연극

입력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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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숨소리 하나 안 나던 객석이 어린이 관객들만 모이면 놀이동산처럼 왁자지껄해진다.‘여우야, 뭐하니? 동산에 꽃피면 나하고 놀자’가 공연되던 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아이들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극중 상황에 개입하려 한다. 여우가 된 소년이 슬피 울며“얘들아 나랑 놀아줘~”하고 애원하자 엉뚱하게도객석에서 “알았어~”하는 대답이 터져 나온다. 짓궂게 “싫어!”하고 소리를 지르는어린이도 있다.

마치 유치원 놀이 시간인 양, 아이들은 노래에 어깨 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한다.옆자리에 앉은 엄마에게 “저건 뭐야? 쟤는 왜 그래?” 하고 쉴새 없이 질문을 퍼부으며 왕성한 호기심을 자랑하기도 한다.

막이 바뀔 때마다 술렁이고, 어린 아이들은 두려움에 울음을터뜨리기도 하지만 높이 2㎝도 안 되는 의자 등받이에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관람하는 집중력도 보여준다.

TV나 영화와는 달리 현장감이 풍부한 연극을 통해 어린이들은 마음껏 자신의 목소리를내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더욱이 극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1992년부터 어린이극을 공연해 온 극단 성 씨어터라인의 김용제 대표는 “이전에는어린이들이 무조건 권선징악을 응원했었지만 요즘에는 ‘쟤는 못생겼으니까 저렇게 관심을 끌려는 거야’ 하는 식으로, 악행의 상황까지 스스로 이해하려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 연극, 새 시장으로 떠오르다

공연시장에서 어린이 연극의 잠재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자신은 공연에 안 가더라도아이들에게는 좋은 연극을 찾아 보여주려는 부모들의 열의 덕분이다. 창의력과 상상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성인극이 10명 홍보에 한 명이 온다면 어린이극은 1명만 홍보해도 10명이 온다고공연계는 전한다. 인터넷을 뒤지며, 때로는 발품을 팔아 연극을 찾는 부모들 덕이다.

어린이 전문극단 ‘사다리’의정현욱 대표는 “공연이 없을 때도 회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1만명의 회원이 알아서 ‘홍보’를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초대권 없이도 좌석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이런 수요를 반영하듯, 공연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달리, 어린이극의 증가는 두드러진다.올 여름 국제 아동청소년 연극협회 한국본부 아시테지(ASSITEJ) 주최로 열렸던 ‘서울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에는 지난해보다 무려 10여편이 많은 19편이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블록버스터급 공연들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양재동한전아츠풀 센터에서 상연중인 ‘어린이 난타’의 평균 객석점유율은 80~90%.

이제는 해외로 본격 진출한 ‘난타’의 또다른 활로가마련된 셈이다. ‘명성황후’의 에이콤이 제작,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중인 가족뮤지컬‘둘리’도 어린이 관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관객의 60%이상이 어린이 관객이다.이들 제작사들은 “어린이 공연시장은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여름방학용으로한두 번 공연하고 끝낼 작품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1982년 발족한 아시테지에 정식 등록된 단체는 45개. 지난해 말과 올 초에만5~6개가 새로 등록했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유씨어터, 연우무대 등도 최근 어린이극을 만들기 시작했다.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단체까지 포함하면 어린이극 전문극단만 200여개에달한다.

극단 사다리, 성 씨어터라인, 모시는 사람들, 님비곰비,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등 10여개 단체가 비교적 오랫동안 어린이극을 해온 극단.

성인극에 비해 1.5~2배의 제작비가 들지만 탄탄한 수익성과 잠재력을 내다보고 많은 극단이 뛰어들고 있다.

연극계는 “창작극도 많이 늘어났고실험적인 아이디어도 돋보인다”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졸속으로 만들어진 어린이극은성인극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

‘사다리’의 정현욱 대표는 “TV, 영화, 컴퓨터등 다른 볼거리도 많다. 질 낮은 어린이연극을 처음 접한 어린이는 평생 연극을 극장을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우려한다.

●볼만한 공연-둘리·난타 블록버스터부터

‘둘리’와 ‘어린이난타’는익히 알려진 블록버스터. 뮤지컬 ‘둘리’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에걸맞게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무대가 일단 눈길을 붙든다. 무대 특수장치와 화려한 색감으로 극중 장면을 다채롭게 살려냈다.19일까지. (02)580-1300.

기존의 난타에 국자, 거품기 등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고 리듬을 단순화하여 재구성한‘어린이 난타’도 호응이 좋다. 1588-7890

입장료가 2만~4만원하는 이들 공연이 부담스럽다면 예술의전당이 마련하는 ‘우수어린이연극초청공연’(02-580-1300)도 볼 만 하다.

호주 램 극단의 ‘달을훔친 쿠카부라’는 7월 예술의전당 호주축제에서 선보였던 음악극으로 호주 민속악기와 원주민의 토속 춤, 오케스트라가어우러진다.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여우야 뭐하니?…’( )도 19일까지 공연한다. 토속적인 놀이와 전래동요를결합시켜 어른들도 볼 만하다.

줄과 막대로 다양한 변형놀이를 보여주는 극단 사다리의 ‘마법의날개’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로 상상력을 키워준다.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컨벤션센터. (02)399-1706.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각색한 작품이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한다. 극단 서전이 여름방학특선으로 가족뮤지컬 ‘보물섬’을 공연하고 있다. 31일까지 샘터 파랑새극장. (02)763-8969.

아라비아 전래동화 ‘신밧드의 모험’도어린이뮤지컬로 변신했다(극단 손가락). 9월 2일까지 하늘땅 소극장. (02)7474-222,3676-8276. 롯데월드 테마스튜디오에서는 31일까지 햇살 어린이극단이 ‘신데렐라’를공연한다. (02)423-2456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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