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고객 정보 도용을 통한 상술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달부터 자동차보험료가 완전 자유화하자 각 손보사들이 만기 계약자 정보를 경쟁적으로 입수해 집중공략에 나서고 있다.회사원 이모(31)씨는 최근 한 손해보험사로부터 자동차보험 가입 회사를 결정했느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보험 만기일이 다 됐으니 보험을 갈아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본인의 자동차보험 만기일을 알고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단 5분여만에 차종, 사고경력 등 까지 감안해 보험료까지 계산해 주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자동차보험 가입 2년째를 맞는 이씨에게 제시한 1년 보험료는 61만원 가량. 여기에 10%를 할인해 55만원이면 보험 갱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가입하고 있던 보험사의 보험료 60만원보다 5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좀 더 검토해본 뒤 연락을 주겠다”고 전화를 끊은 이씨는 얼마 후 3곳의 손보사로부터 유사한 전화를 받았다.
자동차 핸즈프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둥, 보험료가 지나치게 저렴한 중하위사는 곧 문을 닫을 것이라며 저마다 회유에 나섰다.
이들이 고객 정보를 입수하는 주된 통로는 신용카드사. 최근 검찰에서 적발된 것 처럼 집단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신용카드사에서 고객정보를 사들여 텔레마케팅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 차원 보다는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 개인이 정보를 사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 적발 이후에도 여전히 암암리에 고객 정보의 매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텔레마케팅을 담당했던 개인들이나 사설정보업체 등으로부터 고객 정보를 사들이는 경우도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등만 알면 보험개발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고객의 각종 보험계약 정보 조회가 가능한 것도 맹점.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계약자의 사고경력 조회 등을 위해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규 계약 유치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개인 정보 유출 위험에 완전히 노출돼 있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계약자 박모(36)씨는 “신상정보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매된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불안해졌다”며 “무작위로 걸려오는 전화 탓에 신경이 곤두 설 정도”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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