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잇따른 무력 충돌로 야세르 아라파트(72)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폭탄 테러가 연발하자 미국은 ‘아라파트 책임론’을 강조하며 팔레스타인을 압박하고 나섰다.이스라엘은 아예 협상에서 아라파트를 배제하려는 데다 팔레스타인 내부의 경제난과 강경 분위기도 아라파트수반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아라파트 수반이 테러리즘을 막기 위해 많은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팔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많지 않았고 특히 일방을 비난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부시 대통령이 아라파트수반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라파트 수반이 테러리즘과 폭력을 중단하도록 납득시키는 노력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본다”며 “그가 100%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말했다.
이스라엘은 협상 상대로 아라파트를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식통들은이날 아리엘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의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시몬 페레스 외무부 장관의 요청을 승낙하면서 아라파트와 만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전했다.
온건파인 페레스 장관은 이런 내용을 부인했지만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각료들은 아라파트가 과격 단체들의 테러를 부추기거나 비호하고 있다며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아라파트가 과격 단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그와의 협상은 실효 없다고 생각하는 각료들도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팔레스타인 내부 정서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해 9월 인티파다(봉기)선언에 이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봉쇄로 근로자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대폭 삭감 당했다. 실업률 45%의 극심한 경제난에이스라엘과의 충돌이 겹치자 팔레스타인인들은 갈수록 과격 무장투쟁쪽으로 기울고 있다. 파타 운동을 비록해 하마스, 지하드 등 무장 단체들이 본부를만들고 위원회를 구성해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며 난민들도 직접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내외의 비난에다 자치정부의 극심한 재정난에 직면한아라파트 수반은 자치정부 체제에서 7년 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시절로 돌아갈 조짐을 보인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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