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콜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 금리가 급락하자 시중자금이 고수익 투자대상이 출현하기를 기다리며 초단기성 상품에 쏠리고 있다.대기업들은 대기업대로 회사채 등을 발행해 확보한 돈을 재투자하는데사용하지 않고 기존 고금리 대출금을 바꿔치기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을 확대하고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금리인하→시중자금 증시 이동, 내수확대→기업 자금조달, 투자확대→경기상승의 선순환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돈이 ‘단타성 악성자금’으로 바뀌고 그나마 기업으로 물꼬를 튼 일부 자금마저 확대재생산되지 않고 은행과 투신, 기업 사이만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부터 7월말까지 5개월간 은행권의 1년 이상 정기예금가입액은 2조7,000여억원이 감소한 반면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8조7,000여억원이 증가했다.
S은행 강남지점 김모(45)지점장은 “장기 저축성예금 가입자들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면 금리를 아예 포기하고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나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에 재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연히 은행들도 기업 대출을 단기로 운용하기 마련이어서 기업에게는 오히려 불리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재벌들 자금흡인 경쟁
재정을 확대하고 금리를 대폭 내리면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늘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부 우량 대기업들 사이에는 ‘자금 끌어들이기’ 경쟁이 펼쳐지고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무보증 회사채시장의 경우 향후 경기를 불투명하게 전망한 우량 대기업들이 저금리를 이용한 여유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용등급 A이상 우량 대기업의 경우 7월 중 1조1,000억원의 회사채를 순 발행한 반면 신용등급 BB이하 투기등급 회사들은 오히려 6,800억원을 상환했다. 규모별로는 1~10대 대기업은 1조1,560억원을 순 발행한 반면 11~30대 기업은4,100억원을 상환했다.
LG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활동과 올 1ㆍ4분기의 자금조달로 풍부해진 내부유보자금을 이용해 하반기 회사채를 상환하려던 우량 대기업들은 최근 경기가 악화하자 회사채 상환보다는 만기연장이나 회사채 추가발행을 통한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제거 급선무
현대증권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나온 대책만으로는 자생적 경기회복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의 자금시장 왜곡 현상이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기업의 장래에서 기인하는 만큼 최소한 기업의 불확실성만이라도 제거해야만 금융시장이 선순환 기조로 바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광두(金廣斗)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론 미국 경기가 큰 폭 호전되면 국내경기는 반등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미국 상황이 개선되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만성적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확실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투자심리가 대폭 개선되고 자금시장도 선순환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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