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 즉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경제적 자유가 확립되어 있는 나라는 모두 발전에 성공을 거둔 반면 경제적 자유를 억압해온 나라는 하나 같이 발전에 실패했음이 이를 증명한다.경제적 자유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본인의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하며, 누구나 그가 땀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그것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누가 무어라 하건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 쓸 수 있는 소비의 자유와 능력에 상응하는 일자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노동의 자유를 뜻한다.
그것은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에서 승리하여 지속적인 번영을 누릴 수만 있다면 어떤 물건이건 마음놓고 만들어 팔 수 있는 기업의 자유를 뜻한다.
경제적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기본전제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자가 열성을 다해 일하게 되고, 더 많은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가가 끊임없이 생산성 향상에 힘쓰게 되며, 발명가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업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으며,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고, 기업이 노동자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선택의 자유 곧 경제적 자유가 보장될 때에 경제의 전 구성원이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며 그 결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이루어진다.
경제적 자유에 관한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우리는 지난 40여년에 걸쳐, 때로는 뒷걸음을 친 적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는 경제적 자유를 꾸준히 신장시켜왔다.
그 결과 경제도 1인당소득이 100 달러가 안 되던 후진 상태에서 이제는 만 달러가 넘는 중진국으로 변모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유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제삼자가 타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정부가 개인의 경제활동에 개입하는 정도도 여전히 강력하다.
금융과 산업에 대한 정부지배가 전보다 강화되었으며 개혁이라는 구실에 눌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과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기책임 하에 자기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듯한 최근의 경향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 교육이민과 두뇌유출 그리고 기업이민이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전보다 경제적 자유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만일 그러한 추세가 지속되어 공부하기 어렵고 일하기 어려우며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의 처지를 개선하지 못 한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피땀 흘려 가꾸어 이만큼이나 키워온 우리 경제를 여기에서 뒷걸음치게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그 동안 어렵사리 확보해온 경제적 자유가 줄어드는 경향을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것을 더욱 키워나가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연대하여 지나칠 정도로 정부에게 쏠려있는 경제력을 그것의 본래 자리인 민간부문에게 되돌려주도록 요구하는 일이 그러한 작업의 효과적인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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