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3일 도쿄(東京) 납치 생환 28주년을 맞아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비서관들과 조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고난의 시절을 회고하면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다짐했다.김 대통령은 그 동안 생환기념일에는 가족과 미사의 시간만을 가져왔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수석들과 조찬을 갖고 마음 속에 담아 놓은 생각들을 결연한 톤으로 밝혔다.
김 대통령은 먼저 73년 도쿄납치사건 때 구사일생으로 생환한 과정, 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상황을 회고하면서 “참으로 어려운 고비였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신군부의 회유 공작을 소개하면서 “죽음앞에서 당대의 부귀와 정의의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은 힘들었지만 오늘을 살기 위해 타협하는 사람은 역사 속에서 패자가 된다는 생각에 회유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 어떠한 부정과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하느님과 국민 앞에 부끄럼 없는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지켜왔다”면서 “역사를, 정의를, 국민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 없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대통령이)역사 앞의 삶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데서 결연함이 느껴졌다”면서 “언론사 세무조사 등 최근의 현안과 관련해 예외나 융통성이 없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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