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시범운영을 거부한 처사는 정책추진의 내용과 방법, 두 가지 측면에서 타당성을 음미해 볼만 하다.자립형 사립고교는 기본적으로 고교평준화 시책의 부작용을 보완하고자 고안된 방안 중 하나다.
고교평준화 실시 이후 사립고교는 학생을 추첨에 의해 배정받고 등록금도 공립과 동일하게 징수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교육청에서 지원받다보니 재정은 물론 운영의 여러 측면에서 규제가 수반되어 준(準)공립학교화 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스스로 선택한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애교심도 적고 사학의 독자적인 설립 이념은 상실한지 오래이며 대부분 공립학교보다 교육여건이 부실하면서도 재정난을겪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모든 고등학교가 교육과정이나 운영면에서 다양성을 상실하고 획일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1세기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특별히 요구되는 사회인데 획일적인교육체제서 과연 그에 적합한 인재들을 배출해 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 크다.
고교평준화의 이러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은 절실히 필요하며 자립형 사립고교는 그 대안으로서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입시교육기관화 또는 귀족학교화할 우려에 대해서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며이미 몇 가지는 발표된 방안 속에 포함되어 있다.
자립형사립고교 운영방안은 그 동안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와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 건의를 했고 시행방안에 관한 정책연구를 토대로 워크숍과 공청회등을 개최한 바 있다.
고교평준화의 폐단은 오래 전부터 노출되었는데 자립형 사립고교를 내년부터 시범운영한다는 방침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도짚어볼 만 하다.
영세한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들이 상대적으로 더 낙후되어 공교육의부실화가 촉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자립형이 아닌 학교들에 대한정부의 지원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이런 관점에서 교원과 교실을 대폭확충하기로 한 「7.20 교육여건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것은 적절성을 인정할만 하다.
전국적으로 30개 학교를 선정하여 시범운영해 보겠다는 것은 정책실험의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탁상에서 작성한 정책시안을 일시에전국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부학교에만 실험적으로 적용한 후 현장에서의 장단점을 종합하여 확대실시 여부를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신중하고 현장적용 가능성을 중시하는 타당한 접근방법으로평가할 만하다.
자립형 사립고교는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에 적용하는 모형을 달리하고 도시형과 농촌형도 구분해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시범운영학교 역시 서울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골고루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시범운영결과를 토대로 방안자체를폐기할 수도 있을 것이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수정·보완하거나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시범운영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자립형 사립고교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폐기여부 또는가장 적절한 모형을 결정하기를 바란다.
무상의무교육 단계인 초·중학교에서는 공립을 원칙으로 하여 국민기초교육과정으로서 보편성있는 공통교육을 시행해도무방하다.
그러나 고등학교단계부터는 학교단위의 독자적인 교육과정과 창의적인 운영을 적극적으로 조장해야 한다.
성실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자율적이고선도적인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약받거나 하향평준화를 강요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신복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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