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TV 뉴스 프로에 출연한어느 도지사가 조선왕조를 ‘이조’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국어학자와 역사학자들의노력으로 이제는 시정에서도 듣기 어려워진 말이 공영방송을 통해 고위 공직자 입에서 흘러 나오다니….이씨조선의 준말인 이조는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강점한 이후 우리 역사를 폄하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명성황후를 ‘민비’로, 서울을 ‘경성’으로 고친 것 등이 다 그런 저의였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국어교육학회 진태하(陳泰夏) 회장이 ‘한글+한자문화’ 8월호에쓴 글이 뇌리에 오래 맴돈다. 1945년 8월 15일 조국광복을두고 ‘해방’ ‘독립’ ‘광복’ 등 3가지 용어를 혼용하고 있는 것을 개탄한 글이다.
해방은 반드시 목적어가 따르는 타동사이므로 일본이나 미국이 주체가 될수 밖에 없는 말이다. 그들이 우리를 해방시켰다, 아니면 그들에게서 해방되었다는 뜻이므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말인데 여전히 널리쓰인다는 것이다.
■독립도 마찬가지다. 우리가원래부터 일본에 예속돼 있었다면 그런 말이 가능하겠지만, 한 때 국권을 상실했다가 되찾은 일을 독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영국에 예속됐던 미국이독립한 것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가장 정확한 말은 광복이다. 큰 사전에 나와 있는 말 뜻은 “빼앗긴 주권을 도로찾음”이다. 광복절ㆍ 광복회ㆍ 광복군 같은 말을 해방절ㆍ 해방회ㆍ 해방군이라 할 수 없는 것만 보아도이 날에 가장 알맞은 말은 광복 뿐이다.
■독립기념관 이름을 ‘광복기념관’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일제시대 일정시대 왜정시대 같은 말을 ‘항일시대’로고치고, 그 기간은 36년이 아니라 35년으로 정확히 써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이 국내외에서 끈질기게일제 침략에 저항하고 임시정부를 가졌던 역사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자랑이므로, 그 시기를 항일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관점이다. 자주성이없는 말을 쓰면서 상대의 역사왜곡을 말할 자격은 없다.
문창재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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