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이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원시 자연하천이자 수달, 원앙, 묵납자루 등 갖가지 희귀 동식물의보금자리, 바로 그곳이 날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천연 그대로 보전할 것이냐, 아니면 대형 댐을 건설하여 수자원을 확보할 것이냐를 놓고 달아올랐던영월댐 논쟁은 지난해 6월 환경의 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백지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백지화 이후 더럽혀진 동강의 모습은 우리를 참으로 부끄럽게 만든다. 비경이 널리 알려지면서하루에 수천명씩 몰려드는 래프팅객과 캠핑 인파로 쓰레기와 오폐수가 넘쳐흐르고, 그 속에서 생태계가 소리없이 죽고 있다.
강어귀에는 우후죽순처럼식당과 숙박업소가 들어서고, 자치단체는 주차장 설치, 도로 확장 등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등 훼손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환경부 장관으로서는 ‘차라리 댐을 짓는 게 나았지, 그것 봐라’는 얘기를 듣거나, 훼손된 동강 보도를접할 때면 가슴 아프고 곤혹스럽다.
어째서 우리는 동강을 이 지경으로 몰고 있는가? 동강 살리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관련 주체간 이해갈등을 푸느라 해를 넘기고 말았다.
환경부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동강 살리기 방안을 모색해왔고, 환경단체는 ‘동강 트러스트’ 등 자율시민운동으로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해 환경부는 해당 자치단체에 동강 유역 일대를 자연휴식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자치단체간, 지역주민간 견해차이로표류하고 있다.
주민은 재산권 행사 제약 등 피해 보상을 하라는 입장이고, 향후 개발 혜택을 기대하는 요구도 강하다.
이 상황에서 보전대책은 수몰예정 지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마무리하면서 생태계 보전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환경부는 오염실태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한 뒤 생태계 보전을 실현시킬 수있는 방안을 모색코자 한다. 또 동강 상류인 정선군에서는 하수처리장 건설 등 환경기초시설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강은 강원도와 정선·평창·영월군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생태계 보고이자 우리 국민이 자손만대에 물려주어야할 민족의 자연유산이다.
동강 환경가치가 연간 11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는 그 값어치를 대변하고 있다. 동강이 훼손되면 국민 모두가 자연으로부터누릴 수 있는 환경복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세계의 관심을 끌며, 개발과 보전의 대결에서 승리를 일구어냈던 영월댐 백지화 결과가 자연훼손으로 마감될수는 없다.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지역주민, 자치단체, 정부가 뜻을 모아 ‘댐 대신 자연만 훼손했다’는자괴감을 떨치고 동강을 되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명자(金明子)/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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