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한국을 떠났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다시 돌아와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몰라보게 변한 곳을 꼽는다면 어디일까. 아마 우체국이 아닐까 생각한다.편지를 부치고 시외전화를 걸려고 찾아가던 시골우체국은 이제 분주하기 이를데 없는 은행 택배 보험서비스가 합성된 거대 기업의 지점처럼 변해버렸다. 외딴집에 편지 한 통을 배달하려고 자전거 페달을 밟던 집배원은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배달하느라전국을 누비고 있다.
■옛날에는 사령탑 이름마저 관청냄새를 풍기던 중앙우체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정사업본부로 기업체취가 물씬 난다. ‘최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우정기업’ 이란 캐치프레이즈가 다른 공공기업의 기업마인드를무색케 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이 1조 1,700억원이라니 대기업 수준이다.
4만명의 직원숫자가 기업 측면에서 보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벌어들인 돈으로 이들에게 안정적인 공무원 월급을 준다니 대단한 고용주다.
■전국 우체국 집배원 1만4,000명이2004년까지 개인휴대단말기(Personal Digital Assistant)로 무장한다고 한다. 우선 내년부터 1,900명이 손에 PDA를 들고다닌다. 등기우편이나 소포를 배달하고 수취인의 사인을 그 자리서 받아 입력하면 보낸 사람이 배달여부를 전산망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서비스를 한단계높이는 것이다. 과문해서 모르겠으나 이것도 세계최초의 지식경영 사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통체제로서의 우체국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온라인 판매회사 간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배원을 첨단무기 PDA로 무장시킨다는 보도를 보면서 새삼 그의 말이 새로워진다.
1만4,000명의 집배원이 전국 모든가정을 연결하여 물건을 배달한다면 이는 어떤 택배회사도 쉽게 갖출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가 기업적 사고방식으로 무장할수록 걱정되는부분도 있다. 돈벌이가 되지 않지만 국민을 편하게 하는 서비스가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