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베이징(北京)주재한국대사관에 국회파견 입법관으로 근무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정명철(鄭明澈) 서기관의 운구행렬이 잠시 머물렀다.깨끗이 정리된 그의 책상 위에는안경 2개와 영수증 다발, 계산기, 한ㆍ중 항공 스케줄표, 국회수첩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 켠에는 “언제중국을 갈 테니 안내하라”는 편지, 귀국해서 보내온 감사 서신이 보였다.
옆 서재에는 ‘자신만만세계여행-중국’ ‘세계를 간다-중국’ ‘신세기 중국 여유’ 등 관광 안내 책자가 즐비했다.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입법관련 책자는 없고 관광 안내 책자 등만 있는 사물을 보고 더욱 오열했다.
올들어 6월 말까지 중국을다녀간 국회의원수는 공식적으로 83명이다. 7, 8월 집계까지 보태면 100명은 족히 된다. 의원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가족, 친지 등을 합하면수백 명이 넘을 것이다.
1년 5개월을 근무한 그는 생전에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이 국회에서 파견된 입법관인지, 여행가이드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고한다. 사고를 당한 당일 오전까지도 국회의원 2명을 안내했다.
김병오(金炳午) 국회 사무총장 일행을 10일 넘게 수행, 시안(西安), 상하이(上海)등을 돌고 베이징으로 돌아오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서울의 귀빈이었다.
한 외교관은 이날 “나는매일 한국에서 온 귀빈을 공항으로, 식당으로, 관광지로 안내하는 가이드이다. 그런데 가끔 보고서도 작성해 보내라고하니 내 위상을 잘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서울의 귀빈들이 내놓는 여러 주문들중 여정을 즐겁게 하기위한 관광안내는 해외주재관들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이상한 업무’들이다. 정 서기관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그가 겪었던 애로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송대수 베이징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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