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상해진단서 발급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서울지법 형사7단독 이성구(李城求)판사는 10일 사무실로 찾아온 채권자 이모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김모(47)씨에 대해 “피해자측의 전치 1주 상해 진단서 작성 경위에 비춰볼 때 진단서가 유죄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이씨의 주장과 진단서 뿐으로, 담당의사의 법정진술로 미뤄볼 때 피해자 이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고공판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담당의사는 법정에서 “진찰 당시 외상은 물론, 별다른 증상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씨가 통증을 호소해 꾀병은 아닌 것 같아 진단서를 끊어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회사로 빚을 받으러 온 이씨와 시비 끝에 이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2,3차례 때리고 넥타이로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등 전치 1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이씨는 인근 병원을 찾아가 목부분에 통증을 호소하고 전치 1주 진단서를 받아 경찰에 냈으나, 김씨는 “빚을 받으러 온 채권자를 폭행할 수 있느냐”며 무죄를 주장,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인천지법 형사2단독 노수환(盧壽煥) 판사도 지난달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부 박모씨 등 9명에 대해 “상해진단서를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장에서 직접 충돌검사까지 했던 노 판사는 “뺑소니라도 극히 가벼운 상처만 입혔다면 혐의를 인정할 수 없으며, 특히 의사가 환자 말만 믿고 진단서를 발급한 점으로 미뤄 통증이 거짓이라면 진단서도 허위”라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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