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칼 세이건 지음ㆍ김영사 발행“현재의 과학이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틀란티스대륙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다.
1947년 이후로 UFO에 관한 보고는 100만 건이 넘지만 내 마음에서는 ‘그거 안됐군’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인의 95%가 과학 문맹이다. 과학은 오류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방식으로 발전하지만, 사이비 과학은 사람들의 정신적 허기와 환상을 먹고 자란다.”
5년 전 작고한 미국의 세계적 천문학자, 우주과학서 ‘코스모스’와 영화화한 소설 ‘콘택트’의 저자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1934~1996ㆍ사진)의 생애 마지막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번역됐다.
그가 사망한 해 출간한 이 책에서 세이건은 과학의 시대에 오히려 횡행하는 반과학, 사이비 과학에 대해 통렬하고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다.
잘못된 과학교육, 과학자들의 무책임, 대중매체의 떠들썩한 동조라는 틈새를 비집고 악령(demon)처럼 창궐하는 엉터리 과학의 거짓과 속임수를 그는 평생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으로 하나하나 밝혀낸다.
생의 막바지에, 과학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한 자세가 숙연하다.
“버뮤다의 바닷속에 선박이나 항공기를 잡아먹는 UFO가 숨어있다면, 죽은 사람이 우리의 손을 조종해서 메시지를 쓰게 할 수 있다면, 심령술사가 손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면, 단지 생각만으로 전화 수화기를 튀어오르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정말 황홀할 것이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외계인에 납치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 1억명이 넘게 된다. 일본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점쟁이들이 성업 중이다.”
세이건은 이 방대한 책에서 철저한 과학적 근거는 물론 동서양의 철학과 문학 종교 역사 심리학을 넘나드는 박학에 바탕한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상의 과학적 무지와 비판적 사고의 결핍을 고발한다.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 유독성 쓰레기와 방사성 폐기물, 핵무기 군비 경쟁의 위험성, 폭발적 인구 증가 등 과학적 난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한데도 우리는 사이비 과학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가 말하는 진실한 과학은 이러한 세상을 밝히는 “어둠 속의 작은 촛불”이자,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이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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