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양아치야?” 재규(박신양)의 고함이 벼락 같다. 청명스님(정진영)에게 시비를 걸었다 맞고 들어온 불곰(박상면) 때문이다.왕구라(김수로),날치(강성진), 막내(홍경인)도 고함 소리에 주눅이 든다. 비록 산사에 피신해 있지만 ‘조직원’으로서의최소한의 예우는 지키자는 것이 재규의 생각이지만 ‘주먹’들이 제 버릇을 버리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일요일인 5일, 35도를 웃도는 불별 더위 속 두어 평의 요사채에서 벌어지는이 작은 에피소드 하나도 몇 번의 NG 후 OK 사인을 받았다.
이어 불곰의 상처를 치료하는 장면을 찍으려는 순간,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치더니이내 후두둑. 한시간 남짓 퍼부은 장대비가 더위를 시원스레 쓸고 갔다.
김수로는 웃통을 벗은 채 마당으로 뛰어 나가 원맨쇼를 펼쳐 보이고, ‘억지춘향’ 휴식에 스태프는 땀을 씻어 내린다.
산사에 은거하러 온 조폭과 이에 맞선 만만찮은 스님의 기이한 동거를 담은 ‘달마야놀자’의 촬영 현장인 경남 김해 신어산에 위치한 은하사는 요즘 영화 촬영 소식을 듣고 몰려드는 인파로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형님 부처님은 중국 사람이죠?” “인도사람이에요.” 설전이 거듭되자 불곰이 해법을 제시한다. “정 궁금하면 어디서 만든지 보면 될 거 아냐.” “(불상 바닥을 보고) 중국 사람이라니까. 메이드 인차이나.” 영화 대사가 이런데 분위기가 썰렁할 수가 없다. 오히려 스님 여섯, 조폭 다섯 등 열명이나되는 배우들이 연기 호흡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는가가 숙제다. 감독은 ‘아나키스트’의조감독 출신인 신인 박철관(31).
그러나 조폭팀과 스님팀의 ‘팀 플레이’가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를 정리한다. 조폭팀의 좌장은 박신양. 박신양은 7월 15일 이후 꼬박 현장에 머물며 아이디어를취합해 감독과 상의하고, 리허설 스케줄까지 조정한다.
김수로가 이런 박신양을 보고 “형님 너무 수행하는거 아닙니까?”라고 농을 건네면 박신양은 “니들 너무 노는거 아닙니까?”라고 맞받아친다.
“여럿이함께 영화를 찍으니 새로운 재미가 생긴다. 사실 늘 혼자 짐을 지는 역할이 부담스러웠다.” 여럿 속에 녹아든 박신양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동자승 대성(권오민)의 손을 잡고 스님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큰 스님(김인문)을빼고 스님팀의 좌장은 무술의 달인인 청명 역의 정진영.
도끼질의 명수인 현각(이원종), ‘369 게임’을 지켜 보다 묵언수행을 깨는 명천(류승우), 해병대출신 대봉(이문식)과 어울려 독특한 ‘스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때문에 감독은 상대팀의 ‘설정’을알려주지 않으면서 이들의 경쟁의식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낸다. ‘해우소 쥐’를표현하기 위해 실험용 흰 쥐를 먹물에 담가 ‘염색’ 시키고, 새 승복은 사포로 문질러 입던 승복처럼 만들었다.
코믹한 드라마지만 부분의 리얼리티는 살리자는 생각. 20일 만에 35%의 촬영을 마친 ‘달마야 놀자’는 25일까지 은하사 촬영을 마칠 계획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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